[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인터뷰] "아들이 일반학교는 엉망이라고 해 외고 보내"

    입력 : 2010.06.10 03:04

    막상 입학식 가서 보니 학력얘기만 해 속으로 X표
    외고 폐지는 말한 적 없어 자율고 내신자격 폐지안해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 행동 전교조 교사들 설득할 것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9일 내년에 서울에서 새로 개교하는 자율형사립고 13곳의 경우 "신입생 지원자격(내신성적 상위 50%이내)을 폐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곽 당선자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자율고 지정 과정에서 쌓인 기대와 신뢰는 보호돼야 한다. 지원자격 폐지 등은 앞으로 지정기간(5년)이 지난 학교에 대해서 검토할 것"이라며 2014년 이후 자율고 입시개편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곽 당선자는 선거운동 중 '자율고 지원자격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어 사실상 인문계고 입시와 차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혀왔으나, 이번 인터뷰에서 향후 4년은 자율고 입시를 손대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곽 당선자는 "나는 절차나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며 "(교육제도·정책을) 한번에 확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곽 당선자는 인터뷰 내내 신중하게 말을 고르고 몸을 낮추는 모습이었다. 그는 "나는 전교조와 대화하면서도 전교조 교사들을 설득하는 최초의 교육감이 될 것"이라며 일방적인 전교조 옹호로 나가진 않겠다는 생각을 밝혔고, 기업인을 진로적성 교육 등 교육현장에 등장시키겠다고도 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왼쪽)와 취임준비위원장을 맡은 박재동 화백(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이 9일 서울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취임준비위 발족식에서 함께 앉아있다. 곽 당선자는 올 연초 박 화백을 처음 만나, 공교육 문제 등에 대해 의기투합했다고 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다음달 취임하면 외고를 폐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나는 외고를 폐지하겠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외고의) 기득권을 존중하겠다는 말을 했다. 외고가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 살펴보는 것은 교육감이 할 일이다. 어제 경기고 동문회에 다녀왔는데, 동문들이 '외고 정말 없앨 거냐'고 묻더라.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그는 경기고 68회 졸업생이다)

    ―비리를 저지른 외고는?

    "외고 정책과 상관없이 그런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꼬투리 하나 잡아 외고를 폐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진보 교육감의 등장으로 불안해하는 학부모도 많다.

    "나는 진보만의 교육감도 아니고 전교조만의 교육감도 아니다. 교사 중에는 교총 소속이 더 많지 않나. 또 강북뿐 아니라 강남의 교육감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서 나를 찍지 않은 65%가 불안해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연말까지 35% 지지에서 65% 지지를 받는 교육감으로 역전시킬 것이다."

    ―곽 당선자의 교육철학은 '반(反)엘리트' 성향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현행 엘리트 교육에 반대한다. 내가 겪어보니 엘리트 교육은 결국 엘리트주의를 낳더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줄 모르고, 자기 의견만 말한다. 소통할 줄 모르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인재가 그런 엘리트는 아닐 것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엘리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나 스스로 국제기구에서 활동해왔고, 매우 국제화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필요와 흥미에 따라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갖춰야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것인데 지금 우수하다는 학교가 그런 인재를 키운다고 볼 수 없다."

    ―'특권교육'엔 반대한다면서 정작 본인은 왜 둘째 아들을 경기도 김포외고에 보냈나?

    "지금 고2인 아들이 중학교 때, 학교에서 다들 누워서 잠만 자고 분위기가 엉망이라고 하더라. 일반고에 가면 마찬가지일 테니 외고에 가겠다고 해서 보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외고에 대해 잘 몰랐다. 입학식날 교장과 교사가 학생들에게 1시간 동안 이야기하는데 학력을 어떻게 올리느냐에만 집중돼 있지 인성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더라. 속으로 '×'표를 그었지만 이미 들어간 학교에 못 가게 할 수는 없었다."

    전교조의 이념교육에 대해서는?

    "어느 조직이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 (전교조의) 6만5000여 조합원 중 1%면 650명인데, 그 중 이상한 사람이 없겠나. 전교조도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부분은 곤란하다. 예컨대 천안함 관련 교육을 한다면 학생들의 찬반 토론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교사는 토론이 잘 진행되도록 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 토론을 하고 나서 교사가 자신은 어느 쪽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민노당에 가입한 전교조 교사들의 징계는?

    "그동안 성추행 등 온갖 잘못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로 이뤄져 왔다. 그런데 민노당 가입 문제만 즉시 징계를 내리는 건 이중 기준이 아닌가. 전교조니까 바로 조치한다는 식은 안된다."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학교 현장에서 학생에 대한 인권 침해가 많다고 보나?

    "학교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할지 선택권을 주지 않고 문제풀이 공부만 강요하는 것이 인권침해 아닌가."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시절인 2006년에 왜 북한 인권 문제를 조사대상에서 배제했나?

    "법적으로 북한 상황을 다루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장기집권이 이뤄지는 폐쇄국가로서 한 마디로 레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의 결집체라고 생각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