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국민의 선택' 그 후] 선거 지고 모양새가… 열린우리당 코스 밟는 한나라당

    입력 : 2010.06.09 03:03

    당내에선 쇄신 외치고, 소장파·친박 등 비주류 "靑 참모진 개편" 촉구
    청와대는 버티고 "우왕좌왕할 필요 없다"… 盧정권이 그랬듯 꿋꿋

    "이러다 열린우리당처럼 되는 것 아냐…."

    6·2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여권(與圈) 내에서 요즘 자주 들리는 우려의 말이다. 열린우리당이 과거 집권 당시 재·보선, 지방선거 등에서 참패하면 관행적으로 되풀이하던 당·청 간의 엇박자가 요즘 청와대와 한나라당 사이에서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당시 지도부 사퇴, 당·정·청(黨·政·靑) 쇄신, 정책 기조 변화 촉구 등을 주장했으나 청와대는 "선거는 당에서 책임질 일"이라며 거부하곤 했었다. 똑같은 장면이 요즘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닮은꼴 쇄신 요구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정몽준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사퇴했다. 현재 김무성 원내대표가 당을 맡아 비대위체제를 준비 중인데 '지도부 사퇴→비대위 구성→새 지도부 선출'은 과거 열린우리당이 선거 패배 수습용으로 자주 쓰던 방법이다.

    게다가 한나라당 내에서 요즘 쏟아지는 쇄신 요구도 과거 열린우리당 때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패배 후 가진 의원 워크숍(7일), 당내 의원 모임(7~8일) 등에서는 당·정·청 쇄신 주장이 가장 많이 나왔다. 특히 당내 개혁 소장파, 친박 등 비주류측에서 강하게 청와대에 책임을 물으며 변화를 촉구했다.

    초선들로 이뤄진 민본21(개혁 소장파 모임)은 8일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참모진 조기 전면 개편이 국정 쇄신의 첫 신호탄이 돼야 한다"며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참모진을 직언형·소통형 참모로 즉각 개편하고, 국정 운영방식과 인사시스템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의총에서도 당이 청와대에 끌려다니지 말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열린우리당도 2005년 4·30 재·보선(0대23 패배)과 10·26 재·보선(0대4 패배) 당시 "대통령과 코드 맞추는 사람들로 청와대를 채우지 말고 국민의 뜻을 제대로 전하는 사람들로 바꿔야 한다" "왜 열린우리당이 자기 색깔을 내지 못하고 청와대만 따라가느냐"는 등의 비판이 있었다.

    특히 시·도지사 선거에서 2명만 건진 2006년 지방선거 참패 이후엔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발언도 많았다.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노무현당이 패배한 것", "유권자들의 노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의 벽이 너무 두터웠다"는 말들이 당시 여당 의원들로부터 나왔다.

    정책 기조 변화 목소리도 지금이나 과거 열린우리당 때나 비슷하게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내 비주류 일부는 4대강 사업의 축소와 세종시 수정안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선거 패배의 원인이 민심에 반하는 정책 추진으로 민심이 떠난 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도 정책 개선 워크숍에서 노무현 정부가 추진 중이던 부동산·세금정책 등에 대해 "부유층 등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부동산 가격 잡겠다더니 오히려 가격만 올려놨다"며 전면적인 정책 수정을 요구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꿋꿋한 청와대

    여당 의원들의 목소리에 청와대는 꿋꿋했다. 2006년 지방선거 패배 직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민심은 그때그때 바뀌는 것이므로 그 흐름에 따라 정책 기조를 흔들 수는 없다는 맥락이었다. 열린우리당에 대해선 "멀리 보고 준비하며 인내할 줄 아는 지혜와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도 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선거 한두 번 지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는 취지의 말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정책 수정 요구엔 "무조건 흔들면 결국 부동산 투기업자들의 승리"라는 반응이었다.

    지금의 청와대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번 선거 패배 이후 청와대는 "민심은 쏠렸다고 생각하면 다시 균형을 잡는 것이다. 선거결과를 너무 중심에 놓고 우왕좌왕할 필요는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작년 4·29 재·보선에서 0대5로 패배했을 때도 당 내에서 '당·정·청 인적 쇄신 요구'등이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지금은 (인사할 때가) 아니다"고 하다가 5개월 뒤인 9월에야 개각을 단행했다.

    전 정권은 민심이 선거를 통해 정부 여당을 때렸는데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더 큰 매를 벌곤 했는데 이대로라면 7·28 재·보선도 여권의 참패가 불 보듯 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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