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時 병력 배치, 이동 경로까지 北 손에… "천안함보다 더 충격"

    입력 : 2010.06.05 03:00

    현역 장성이 北에 '작계 5027' 유출… 충격에 빠진 軍
    얼마나 유출됐나… 통째 넘어가진 않았지만 상당 부분 수정 불가피
    軍 연루자 더 없나… 예비역 중령 가담 확인 전·현직에 수사망 넓혀

    군(軍) 관계자들은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이 북한에 포섭된 박모(56)씨에 의해 북한 공작원 손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현역 소장(少將)이 조사받는 사실이 공개되자,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현역 군 장성의 군사기밀 유출이 문제가 된 것은 혼미했던 해방정국 이후로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인 데다, 북한에 유출된 작전계획 5027은 한미연합 작전의 근간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군사 작전계획이기 때문이다. 한 영관급 장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천안함 침몰 사건보다 더 큰 충격"이라며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단 이번 사건에 대한 공안당국의 수사는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K소장이 어떤 기밀을 얼마나 유출했는지는 군(軍)검찰과 기무사령부가 집중 수사하고, 검찰국정원은 이 부분을 보강하면서 박씨가 북한 공작원을 접촉해 기밀을 넘기는 과정 등을 수사하게 된다.

    ◆"작계 5027, 일부 수정 불가피할 듯"

    일단 향후 수사의 핵심포인트는 '작전계획(작계) 5027'이 북한의 손에 과연 얼마나 넘어갔느냐를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이라고 공안당국은 말하고 있다.

    작계 5027은 북한과의 전쟁상황에서 한·미 연합군의 전력 배치와 북한군 전략목표 파괴, 북진(北進)과 상륙작전, 점령지 군사통제 등과 관련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작전계획이다.

    북한 수중에 어느 정도 들어갔느냐를 확인해야 이를 대폭 수정해야 할지, 일부 수정할지 등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안당국은 현재까지의 수사결과 작계 5027이 북측에 컴퓨터 파일 등의 형태로 통째로 넘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북한에 유출된 작전계획을 그대로 둔 채 '유사시 상황'을 맞을 경우 우리 군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비역 장교 출신인 박씨의 군 선배인 K소장은 작전통으로, 그가 접근할 수 있는 군사기밀의 수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이 공안당국의 설명이다. 또 그가 작전참모와 참모장을 지낸 부대는 유사시 대북 방어와 반격의 중요 전력으로 분류되는 부대다.

    공안당국은 실제 박씨가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넘겼다는 작계 5027 내용 가운데는 특정 군단과 사단의 병력투입과 진격경로 등 군 작전의 핵심적인 계획들이 상세하게 포함됐다는 근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의 핵심관계자는 이를 "작전시의 최고 기밀들이 넘어갔다"고 표현했다.

    ◆다른 군 연루자 있나

    박씨가 다른 군 관계자들과도 접촉해 군사기밀을 빼냈는지도 수사의 포인트다. 3일 박씨와 함께 구속수감된 예비역 중령 손모씨는 박씨의 3사관학교 동기생이다. 손씨는 현역시절인 2005년 군 통신장비 관련 내용을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하고, 전역 이후인 2008년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과 통신중계기 사업을 논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된 박씨가 학맥과 군 복무 당시의 인맥을 활용해 손씨나 K소장 이외의 인물도 끌어들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공안당국의 시각이다.

    공안당국은 현재까지는 K소장과 손씨 외에 다른 전·현직 군 관계자의 연루 여부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으로 박씨를 기소하기까지는 30일 이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수사진행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군 주변의 관측이다.

    공안당국은 또 작계 5027 외에 북한의 급변시 대응책을 담은 한미연합사 '작계 5029' 등 다른 최고급 군사기밀들이 유출됐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아직까지 작계 5027 외에 다른 작전계획이 유출됐다는 근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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