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위기는 '읽기 문화' 쇠퇴를 뜻하며, 이는 민주적 토대까지 붕괴시킬 만큼 위험한 것이다."
박동숙 이화여대 교수는 4일 열린 '신문 위기 극복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신문의 위기를 특정 산업의 침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는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한국일보·한겨레·경기일보 등 주요 신문사의 사장·편집인·논설주간을 비롯, 고흥길·김효재·진성호(이상 한나라당)·전병헌(민주당)·김창수(자유선진당) 등 국회의원, 서울대·고려대·강원대·순천향대 등 전국 대학의 언론학 교수 등 100여명이 모였다. '신문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신문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
이성준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신문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신문산업 살리기에 나섰으며, 우리도 범사회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신문 위기는 미국·프랑스·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모두 겪고 있는 현상이다. 신문 위기의 배경에는 독서, 즉 책 자체를 읽지 않는 사회 현상이 있다. 일본은 독서 인구가 줄자 "일본 경제 성장의 동력은 독서력에서 나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책을 읽지 않고 경제만 외친다면 일본은 붕괴하고 만다"며 관련 법을 제정하는 등 읽기 문화 진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도 윌리엄스대학 맥그리거 번스(Burns) 교수가 "대학생들이 신문 읽기에 중독돼야 한다"며 신문 읽기 운동을 주장하고 있다. 신문 읽기 운동을 통해 사회 전반의 읽기 문화를 다시 일으키자는 것.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읽기 습관이 신문의 사활을 좌우한다"며 "어렸을 때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초·중·고 무료 구독을 도와주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2009~2012년 3년 동안 240억원의 예산을 들여, 18~24세 청소년 20만명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신문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 전국 초·중·고에 매일 10부씩의 신문을 무료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게 토론회의 제안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돌아다닐 때 사회가 어떻게 될지 끔찍
임영호 부산대 교수는 "신문의 위기로 저널리즘이 붕괴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했다. 한겨레신문의 곽병찬 편집인은 "뉴스콘텐츠 생산자들의 위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마구잡이로 돌아다닌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지 끔찍하다"고 했다.
저널리즘의 회복을 위해 '권위 있고 공정하며 영향력 있는 한국판 퓰리처상을 만들자'는 안이 제시됐다. '한국기자상' 등이 있지만 언론인 내부 평가도 높지 않고 국민들의 인지도가 낮다는 것. 또 전문적인 저널리스트 양성을 위한 산학협동이나 기자들을 재교육할 수 있는 대학원 수준의 전문 저널리즘센터 설립도 방안으로 거론됐다.
◆신문·포털 간 왜곡된 관계 정상화… 뉴스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야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읽기 문화의 부흥과 같은 장기적인 처방과 함께, 현재의 과도기적 위기 극복을 위한 응급조치·처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신문 구독료에 대한 소득 공제, 농어촌 산간지역에 한해 배달료를 지원하면 당장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응급 처방으로 왜곡된 신문·포털 관계의 정상화를 꼽았다. 네이버·다음과 같은 포털에 40여 신문사들이 뉴스콘텐츠를 공급하고 받는 제공료는 평균 월 100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 연합뉴스를 포함한 신문사 전체가 공동 대응해 이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것.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신문의 콘텐츠가 값싸게 강도질당하고 있다"며 "저작권 강화를 위한 공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민규 중앙대 교수는 "뉴욕타임스·파이낸셜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 주요 신문들이 온라인 뉴스 유료화에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참조해 한국형 모델 정립과 도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