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 김인숙 '소현', 한강 '바람이…' 최종심에

    입력 : 2010.05.31 03:05

    동인문학상 제6차 심사독회
    볼모로 잡혀간 세자의 고독… 한 여인의 끈질긴 생명의지…
    격조높은 문체·미학 돋보여

    병자·정묘호란에서 패하고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간 소현세자의 고독한 내면을 그린 김인숙 장편 '소현'(자음과모음)과 화가인 친구의 죽음을 자살로 미화(美化)하려는 평론가의 음모에 맞서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당찬 여성이 등장하는 한강의 장편 '바람이 분다, 가라'(문학과지성사)가 동인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유종호·김주영·김화영·오정희·이문열·정과리·신경숙)는 최근 2010년도 제6차 심사독회를 갖고 두 작품을 오는 10월 열리는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포함시켰다. 최종심은 월간독회를 통과한 작품을 대상으로 열리며, 1차에서 4~5편으로 압축한 뒤 토론과 투표를 거쳐 수상작을 선정한다. 현재까지 동인문학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김인숙 소설집 '안녕, 엘레나', 이기호 장편 '사과는 잘해요', 김연경 장편 '고양이의 이중생활', 이승우 장편 '한낮의 시선', 해이수 소설집 '젤리피쉬', 최대환 소설집 '바다 위의 주유소', 정이현 장편 '너는 모른다', 박금산 소설집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았을까', 박찬순 소설집 '발해풍의 정원', 천명관 장편 '고령화 가족', 편혜영 장편 '재와 빨강'을 포함해 모두 13편이다. 후보작 13편 가운데 8편이 장편으로, 올해 문단에 거세게 몰아친 장편 열풍을 반영했다.

    (왼쪽부터)한강, 김인숙.
    김인숙씨는 소설집 '안녕, 엘레나'에 이어 장편 '소현'도 동인문학상 후보에 올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장편 '소현'에서 작가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자의 내면을 역사소설 형식으로 들여다봤다. 대륙의 주인 자리를 두고 명과 청이 벌인 전투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끌려들어 가고, 모반을 의심하는 부왕(父王) 인조의 싸늘한 눈초리를 감내해야 했던 소설 속의 소현에게 현대인의 고독과 소통 단절이라는 문제를 투영했다. 심사위원회는 "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역사 자체가 아니라 고독과 소외라는 인간의 존재방식에 대한 통찰"이라며 "특히 격조 높은 문체와 탁월한 심리묘사로 단순한 역사소설의 범주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체의 의고(擬古)적 멋이 지나친 화려함으로 비칠 수 있고, 너무도 뚜렷하게 드러나는 비장미 역시 독서에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강씨의 장편 '바람이…'는 이른바 '식물성의 상상력'과 '내면으로의 침잠'이 두드러졌던 자신의 이전 소설 세계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주인공 여성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걸고, 죽음의 덫에 걸리자 쉽게 포기하지 않고 기어서라도 탈출하는 끈질긴 생명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전작 '채식주의자'의 주인공이 육식을 거부하며 굶어 죽는 것을 택했던 것과 비교된다. 심사위원회는 "작가의 도저한 예술지향성과 미학적 경지가 고통과 맞서는 주인공 여성의 자세와 잘 어울렸다"며 후보에 올렸다.

    6월에 열리는 제7차 독회에서 검토할 작품은 구효서씨의 장편 '랩소디 인 베를린'(웅진문학에디션 뿔), 김태용씨의 장편 '숨김없이 남김없이'(자음과모음), 김종광씨의 장편 '군대 이야기'(〃), 이장욱씨의 소설집 '고백의 제왕'(창비) 등 4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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