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는 직원 14명 중 12명이 싱글맘입니다."

4일 남미(南美)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인. 와플전문점 '크레페스 앤 와플스'의 리히아 암파로 점장이 "싱글맘으로 식당을 운영한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원칙"이라고 했다. 이 가게 싱글맘 직원들은 이혼한 사람도 있고 처음부터 결혼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아이들은 2~4명씩이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콜롬비아는 아이 키우는 집 10집 중 1집(14%)이 한부모가정이다. 그러나 동거·별거 등 비공식적인 한부모까지 합치면 실제 비율은 4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남미는 천주교 영향으로 한부모를 보는 사회의 시선이 생각보다 냉랭한 탓에 이들은 사회적 편견으로 고충을 겪는다.

여성들만 고용하고, 그 대부분이 싱글맘인 콜롬비아의 와플 전문점‘크레페스 앤 와플스’메데인 지점. 이 지점 종업원 14명 중 12명이 싱글맘이다.

1985년 대학 경영학과 졸업반이던 베아트리스 페르난데스씨는 '싱글맘은 혼자 아이를 키우는 만큼 남들보다 책임감이 강해, 이들을 고용한 와플식당을 열면 성공할 수 있다'는 리포트를 냈다. 교수는 "현실성이 없다"며 낙제점을 줬다. 화가 난 페르난데스는 졸업하자마자 직접 보고타에 와플집을 차렸다.

페르난데스가 창업한 '크레페스 앤 와플스'는 현재 콜롬비아·스페인·에콰도르 등 8개국에 90개 지점을 둔 다국적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싱글맘을 우선 고용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회사의 성장동력은 '모성(母性)'이다. 손님들이 주는 팁 한푼 한푼이 싱글맘에겐 그냥 돈이 아니라 '아이를 키울 양식'이다. 그러니 더 친절할 수밖에 없다. 암파로 점장은 장부를 보여주며 "직원 월급이 50만페소인데, 팁으로 1인당 50만페소씩 받아간다"고 말했다. 월급과 팁을 합치면 근로자 평균 임금(약 60만페소)을 훌쩍 웃돈다.

5년차 직원 산드라 칼데라(38)씨는 "모텔 청소원, 가사도우미로 일할 때는 일을 해도 가난했는데 여기 취직한 뒤 형편이 풀렸다"고 했다. 딸(21)도 대학에 보냈다.

싱글맘을 우선 고용하는 직장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메데인에서 서울호텔을 운영하는 교민 신정섭씨는 "호텔 등 내가 하는 여러 사업의 총직원 100명 가운데 30%가 싱글맘"이라고 했다. 그는 '책임감'을 싱글맘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이 호텔 카운터 직원 에리카 코레아(25)씨는 "여기 취직하기 전까지 100번 넘게 면접을 봤지만 그때마다 싱글맘이라고 낙방했다"며 "내게 기회를 준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