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양욱의 밀리터리노트] 2만9000톤급 英 전함 '인간어뢰'에 침몰됐었다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인텔엣지(주)대표

    입력 : 2010.05.22 03:12 | 수정 : 2010.05.22 05:57

    2000년 美 이지스 구축함은
    알카에다 테러범들의고무보트 폭탄 공격에 구멍

    이탈리아의 초소형 잠수정 마이알레.
    제2차 세계대전 초 연합국과 추축국은 북아프리카에서 각축하고 있었다. 이때 전략적 요충지인 지중해의 패자(覇者)는 영국이었다. 영국은 지브랄타~몰타~알렉산드리아를 거점으로 한 수송로를 장악하고 있었다.

    이탈리아는 1940년 6월 10일 전쟁에 참전하면서 지중해를 되찾아야 했다. 이는 이탈리아 해군과 영국 해군의 한판 대결을 뜻했다. 이탈리아는 1941년 3월 마타판곶 해전에서 영국과 맞붙었지만 대패했다.

    그러자 이탈리아 해군이 동원한 게 '인간 어뢰(魚雷)'였다. 이탈리아는 구식 어뢰를 개조해 초소형 잠수정 마이알레(Maiale)를 개발하였다. 6.7m 길이의 마이알레는 2명의 잠수특공대원과 300㎏의 폭약을 운반할 수 있었다.

    마이알레는 잠수부가 스쿠바 장비를 착용하고 탑승하는 일종의 '수중 오토바이'였다. 그러나 마이알레는 겨우 18㎞ 정도를 이동할 수 있을 뿐이어서, 잠수함을 모함으로 해야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어로 '돼지'라는 '마이알레'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속도가 느렸기 때문이다. 1941년 12월 이탈리아 잠수특공대원들이 영국의 근거지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항에 침투했다.

    잠수함으로 항만 인근 1㎞ 해상에 접근한 특공대는 마이알레를 타고 잠수함 방지망과 어뢰 방지망을 뚫었다. 정박해있던 영국 해군의 2만9000 t급 전함 퀸엘리자베스와 발리안트에 각각 300㎏짜리 폭약을 장착했다.

    잠수특공대원들은 폭약을 선체에 직접 부착하지 않고 만곡부 용골에 선을 부착한 후에 폭약을 선에 매달고는 시한신관을 작동시켰다. 이렇게 설치한 지 3시간 만에 폭발물이 폭발하자 두 전함은 모두 침몰하고 말았다.

    이로 인하여 영국해군은 지중해에 배치했던 전함 2척을 모두 잃고 말았다. 불과 잠수특공대원 6명과 마이알레 소형잠수정 3대로 이전까지 대규모 부대병력이 실패를 거듭했던 일을 성공으로 바꾸었던 것이다.

    이탈리아 해군이 성공을 거두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불리함을 무릅쓰고 공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인 1935년부터 이런 약자(弱者)의 전술을 개발해온 까닭이기도 하다.

    이에 자극받은 영국 해군도 이탈리아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마이알레를 모방한 채리엇을 필두로 X급 잠수정(X크래프트)까지 개발했다. X크래프트는 4명이 탈 수 있는 만재 35t급의 소형 잠수정이었다.

    X크래프트는 양쪽 측면에 각각 2t의 폭약을 탑재하여 상당한 파괴력으로 적의 군함이나 항구시설을 파괴할 수 있었다. 영국군은 이 X크래프트를 실전에 투입했다. 독일 해군의 4만9000t급 전함 티르피츠(Tirpitz)가 공격목표였다.

    독일해군의 자랑인 비스마르크(Bismarck)급 전함은 15인치 구경의 2연장 주포를 4문이나 갖춘 거함거포주의 해군의 상징이었다. 티르피츠는 비스마르크급의 2번째이자 마지막 전함이었다.

    영국 해군은 티르피츠를 격침시키기 위해 1943년 9월 특공작전을 실행했다. 노르웨이 북부 카피요르드항에 입항 중인 티르피츠와 함께 또 다른 전함인 샤른호스트와 뤼초우를 격침시키기 위해 모두 6척의 X크래프트를 투입했다.

    6척 중 2척만이 틸피츠 아래에 8t의 폭약을 내려놓는 데 성공했다. 티르피츠는 6개월 이상 기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에 고무된 영국 해군은 이후 태평양전선에서 더욱 개량된 XE급 잠수정을 투입했다.

    일본 해군도 어뢰를 활용해 잠수정을 만들었지만 용도는 달랐다. 어뢰에 사람을 태워 자살공격을 하는 것이었다. 가이텐(回天)이라는 이 병기는 93식 어뢰를 조종수 1명이 목표물까지 운전하여 충돌하는 방식으로 운용되었다.

    가이텐은 바다의 가미카제(神風)였다. 가이텐은 1.5t의 폭약을 싣고 56㎞로 목표선박으로 돌진하는 무기로, 목표에 타격하지 못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폭하도록 되어 있었다.

    하늘로 돌아간다(回天)는 그 이름에 걸맞게 그야말로 일단 탑승하는 순간부터 입관하는 순간이 되는 무기였다. 가이텐의 조종사는 17살에서 28살 사이의 청년들이었는데, 무려 106명이 가이텐과 함께 운명을 맞이했다.

    이후 각국은 SDV(Swimmer Delivery Vehicle)이라는 초소형잠수정을 개발했다. SDV는 이탈리아의 마이알레와 같은 개방형 잠수정으로, 미군은 1989년 파나마 침공당시 SDV를 이용하여 노리에가의 요트 파괴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런 극렬한 공격은 21세기에도 계속됐다. 중동의 예멘에서 일본 해군의 가이텐과 같은 자살공격이 발생했다. 2000년 10월 12일 아덴항에서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콜(USS Cole)이 테러공격을 당한 것이다.
    미군의 현용 초소형 잠수정 사진. 미군은 1989년 파나마 침공 당시 초소형 잠수정을 이용해 노리에가 요트를 파괴하는 작전을 펼쳤다. 양욱 제공
    알카에다 소속의 테러범들이 고무보트에 500㎏ 상당의 폭탄을 싣고 구축함의 측면에 자살테러를 벌였다. 이 공격으로 17명이 사망하고 39명이 부상했으며 구축함의 좌현에는 직경 12m의 구멍이 뚫렸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 해군의 최신예 군함이 싸구려 고무보트 수제폭탄의 공격에 당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약자의 전술이다. 최근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하여 국방부는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발표했다.

    북한은 370t의 상어급이나 190t의 연어급 잠수정, 그리고 반잠수정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해군력에서 열세인 북한은 역사에서 입증된 약자의 전략과 전술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활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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