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페인트를 칠한 바닥이 온통 빨강·노랑·파랑 물감으로 낙서가 돼 있었다. 벽에도 물감과 크레파스 자국이 선명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스톡홀름을 이루는 14개의 섬 중 하나인 솁스홀멘 중심부에 자리한 스웨덴 국립현대미술관(Moderna Museet)의 교육실은 아이들과 그들을 따라온 할머니, 엄마, 보모 그리고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 등으로 왁자지껄했다.

손녀와 함께 미술 교육을 받고 있는 기에르트씨.

1958년 문을 연 스웨덴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 전시 외에도 연령별로 다양한 미술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2~6세 어린이들이 예술교육 전문가와 함께 작품을 돌아보면서 느낀 대로 재료를 활용해 작품으로 표현하는 수업은 아이들을 보호하는 어른들까지 동참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도 참가자들은 물감으로 범벅이 된 작업복을 걸친 채 2층 높이 통유리창이 뻥 뚫린 교육실을 휘저으며 찰흙 작품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프로그램을 고안한 미술교육 디렉터 마리아 토브(Taube·54)씨는 "아이들은 누구나 그림 그리는 소질을 갖고 태어나는데 어른이 미술을 배우면 집에서도 가르칠 수 있어 돌보는 아이의 미술 재능이 더 잘 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녀 말바(4)를 데리고 2년째 1주일에 한 번씩 미술관을 찾는 울라 기에르트(Giert·68)씨도 토브씨의 생각에 동의했다. "아이가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더니 내가 먼저 그림을 그리고 작품에 관심을 가지니까 자연스레 흥미를 느끼고 날 보며 따라 한다"면서 "나중엔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나와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작품을 보고 자기가 분석한 내용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까지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