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 각종 국제회의에 채식을 내놓자

  • 고용석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대표

    입력 : 2010.05.10 23: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 응원가가 '개고기송'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영국 말고도 많은 서양 사람들은 아직도 한국 하면 개고기를 떠올릴 정도로 국가 이미지가 매우 부적절하게 평가되어 있다. 이런 감성적인 평가절하는 경제성장이나 국가홍보로도 해결되기가 쉽지 않다.

    작년 대전에서 열린 2009 유넵(UNEP·유엔환경계획) 툰자 세계어린이청소년환경회의에 전 세계 100여개국 1000여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참가했다. 그중 스웨덴에서 온 사라는 탄소감축을 위해 비행기 대신 육상 운송수단으로만 이동해온 열성적인 환경운동가이다. 사라는 채식을 하는데, 먹을 게 없어 툰자 회의에 굶어가며 참가하고 있다는 사연을 접한 국내 한 교수가 채식 도시락을 배달하기도 했다. 당시 회의에 참가한 어린이들 중 상당수는 환경을 위해 채식을 하고 있었지만 행사기간 중 채식이 제공되지 않아 제대로 먹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심지어 행사장 로비에 채식식당이 있었지만 그조차 알려주지 않아 아이들이 눈앞에 채식식당을 두고도 굶은 것이다.

    육식이 생물 다양성, 생태, 환경, 기후변화에 크든 작든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외국 환경운동가들은 채식을 당연하게 여긴다. 국제콘퍼런스, 특히 환경 관련 콘퍼런스에는 국적을 불문하고 채식하는 참가자들이 많지만 채식 옵션을 제공하지 않아 불편한 경우가 많다.

    생선은 먹는 이도 있는가 하면 계란·유제품까지도 금하는 등 채식의 유형은 다양하다. '비건(vegan) 채식'이란 계란·유제품 등 일체의 동물성 제품을 배제한 가장 적극적인 유형의 완전채식으로서 모든 채식인들에게 환영받는다. 비건채식을 제공하면 행사 주최측에 대한 상당한 호감과 존경이 생기게 된다. 국가 브랜드를 높이려고 유치한 주요 국제회의에서 채식, 더 나아가 비건채식을 제공한다면 많은 외국인들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안겨 줄 것이다. 한국이 동물복지, 환경의식 수준에서 선진국임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벤트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 단기간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 감동에 의한 국가 이미지 변화는 액수로 측정할 수 없는 홍보 효과를 내게 된다. 최근 채식인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조성하여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생물 다양성 관련 국제회의에 비건채식을 무료로 제공하도록 배려해 달라는 제안을 해놓은 상태이다. 때로 사소해 보이는 게 큰 변화의 단초가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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