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는 전교조 소속 조합원 명단을 공개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에 대해 명단 공개를 중지하지 않으면 하루 3000만원씩 전교조에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수백만명의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의 담임선생이 전교조 교사인지 아닌지 혹은 그 학교에 전교조 교사가 얼마나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해도 조 의원이 1심 법원의 공개 금지 결정을 무시하고 명단을 공개한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 1심 법원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면 고등법원과 대법원에 이의신청을 해 법원 결정을 다시 받아 보는 것이 순리였다. 대법원에서도 금지 결정이 나오면 헌법재판소에 법원 결정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고 신청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명단 공개를 금지한 당초의 법원 결정에 있다. 법원은 지난 15일 "노조 가입 정보는 일반적인 개인 정보보다 더 엄격하게 보호돼야 할 민감한 내용이고, 전교조 명단 공개는 개별 학생이나 학부모의 학습권과 직접 관련이 없다"며 명단 공개는 인권침해라고 했다.
일반 제품이라면 소비자들은 그 제품을 노조원이 만들었는지 비노조원이 만들었는지엔 아무 관심도 없다. 그러나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전혀 다르다. 학부모들은 아직 사회에 대해, 역사에 대해, 배움에 대해 생각이 채 여물지 않은 자기 자식을 어떤 교사가 어떻게 가르쳐 어떤 인간으로 만들지 늘 걱정한다. 이번 결정을 내린 판사나 그 부인 역시 이런 보통 학부모의 심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전교조 교사 가운데는 국기에 대한 경례나 애국가 부르기를 거부하는 교사들도 있다. 너희 집값이 얼마이고 너희 아버지 월급이 얼마나 되느냐를 묻고 아버지가 그 월급으로 지금 집을 사려면 몇십 년이 걸렸을 거라며 아버지를 부패한 사람으로 모는 전교조 교사들도 있다. 어린 학생들을 이끌고 빨치산 활동 무대를 성역(聖域) 순례하듯 끌고 가는 교사도 있다. 세상 어느 부모가 이런 교사가 자기 자식을 맡지나 않나 하고 불안해하지 않겠는가.
이번 판결을 내린 판사는 어디 한번 친가(親家) 쪽 가족들, 처가(妻家) 쪽 가족들에게 자신의 결정이 옳은가 그른가를 물어보라. 일본의 시민 배심원 격인 검찰심사회는 27일 도쿄지검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일본 정계의 실력자 오자와를 수사하고도 기소하지 않자 재수사 결정을 내렸다. 국민이 위임한 기소권을 검찰 마음대로 쓰지 말라는 경고다. 우리도 만약 시민 배심원제도가 있어서 전교조 명단 공개를 금지한 결정을 다뤘다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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