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로 천안함 침몰 한 달이 됐다. 침몰 원인이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북한 어뢰에 의한 침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천안함 사태는 우리 군의 대북 경계태세는 물론 위기대응 체계에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합참의장은 사고 발생 49분 뒤에야 첫 보고를 받았고, 인양 작업에서도 국방부와 합참, 해군이 엇박자를 보이기도 했다. '대양(大洋)해군'의 기치를 내걸어온 해군이 적(敵)과 마주한 연안(沿岸)도 지켜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군의 안이한 관행과 부실한 시스템의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 편집자
지난 3월 26일 밤 9시 56분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이 침몰하고 있다는 급보(急報)에 대청도에 있던 해군 고속정 3척이 서둘러 현장에 갔다. 그러나 이들은 구조를 요청하는 장병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발만 굴렀을 뿐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었다. 고속정이 다가가면 물살이 출렁여 오히려 천안함 생존 장병이 더 위험해질 수 있었고, 고속정에는 구조에 필요한 고속단정(립보트·RIB)이 실려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해군은 해양경찰에 구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19분 뒤인 10시 15분쯤 도착한 해경 구조선이 립보트를 내리고서야 구조가 시작됐다. 고속정은 공간이 좁아 립보트를 싣지 않는데도 해군은 당황한 나머지 구조에 보탬이 되지도 않는 고속정을 출동시켰던 것이다.
현장 구조에 허둥대다 정작 함체 위치를 표시하는 부표(浮標·부이)를 설치해놓지 않아 2일간이나 함수와 함미가 어디 있는지 몰라 구조작업을 하지 못했다. 미 해군은 장병이 바다에 빠지면 배와 구명복에 조난신호 발신장치가 있어 인공위성으로 찾는다. 하지만 우리 해군은 그런 장비가 없어 사실상 목숨을 걸고 해양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천안함이 침몰한 한 달 전 26일 밤 사고 해상에서 2㎞쯤 떨어진 백령도 해병대 6여단은 립보트 2척을 갖고 있었지만 구조활동에 뛰어들지 않았다. 해군 2함대사령부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이다. 6여단은 사고 발생 후 1시간22분이 지난 10시 49분쯤에야 자체적으로 립보트를 출동시켜 11시 10분쯤 현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구조작업이 거의 끝난 뒤였다. 결국 생존 장병 58명을 구조한 건 해군이 아닌 해경함과 어업지도선이었다. 합동참모본부는 "여단 립보트는 비상 대기 전력이 아니라 출동 요청을 받았더라도 준비에 30분, 현장 이동에 20분 걸려 해경보다 먼저 도착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군 작전 준비 태세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합참 주관 전술 토의에서 적 잠수함이나 반잠수정에 대한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그런데도 그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이번 천안함 사태는 말해주고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접적(接敵) 지역에서 움직일 때는 경계 태세를 격상해 있어야 하는데 여러 장병들이 속옷이나 자유복을 입고 있다 구출됐고, 사고 직전까지 많은 장병이 휴대전화로 외부와 통화했다는 사실은 대비가 느슨했던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고 말했다.
비상 탈출 절차인 이함(離艦)훈련도 제 기능을 못했다. 해군 매뉴얼에는 방수작업이 불가능할 때를 가정해 이함을 연습한다. 이함 준비 명령→조난·구조 전보 발송과 개인 지참물·반출물 준비→이함 인원·준비 상태 확인→함내 수색→이함 지시 하달로 이어진다. 그러나 정작 이번처럼 초비상 상황에 대한 훈련은 사실상 없었다. 한 예비역 해군 병사는 "보통 이함훈련도 재수 없다고 해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교전(交戰) 상황에서 필수인 전기·통신 두절에 대한 대비도 없었다. 천안함 함장은 사고 직후 휴대전화로 상황을 보고해야 했다.
해군 지휘부인 참모총장, 작전사령관, 합참 차장이 모두 해군사관학교 동기생이다 보니 사고 수습 과정에서 역할 분담이 미묘하게 어긋나고 있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해군 전력 증강 방향이 잘못 설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잠수함을 잡을 수 있는 최신형 소나(sonar·sound navigation and ranging·음향탐지기)는 소말리아에 나가 있는 대양 해군용 함정 같은 대형 군함에만 있다"며 "서해 초계함들이 가진 소나는 구형이라 잠수함을 잡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 위협에 충실하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천안함 소나 장비가 성능이 떨어져 작전 때 꺼 놓는다는 말도 있었다"고 전했다.
합참은 "경비함정(고속정)에 응급 조치를 할 수 있는 립보트를 싣고, 수중 자동 위치 발신장치 등을 도입하겠다"며 "구조 전력을 현대화하고 구조훈련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인사이드 조선닷컴] 세계로 나아가는 대양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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