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의 허파 '곶자왈'… 원시림 속을 걷는다

    입력 : 2010.04.26 03:00

    새 올레길 14-1코스

    24일 오전 9시 30분 예술인마을로 유명한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마을회관. 제주시 종합운동장과 서귀포시 3호광장에서 20여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도착한 등산복 차림의 올레꾼들이 이날 처음 열린 제주올레 14-1코스(17.5㎞)에 참여하기 위해 북적거렸다.

    14-1코스는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천연 원시림인 '곶자왈'과 오름을 따라 5~6시간 걷는 코스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올레꾼들은 저지리 마을안길서 시작되는 올레길로 들어섰다. 마을안길은 전형적인 올레길로 어른 키 높이의 돌담길이 정겹게 잘 정돈돼 있었다.

    24일 처음 선보인 올레 14-1코스에서 참가자들이 저지곶자왈을 걷고 있다. / 오재용 기자
    마을 어귀에 심겨 세월을 느끼게 하는 폭낭('팽나무'의 제주사투리) 쉼터와 저지밭길을 벗어난 올레꾼들은 농사용 트럭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흙길을 따라 강정동산(3.7㎞ 지점)에 올랐다. 단순한 걸음으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이번 코스의 첫 번째 포인트인 문도지오름(5㎞ 지점·제주시 한림읍 금악리·높이 260.3m)이 올레꾼을 맞이했다. 초승달처럼 생긴 등성마루를 따라 10여 분간 오르니 오름 정상은 남북으로 길게 휜 말굽형태를 띠고 있었다. 동북쪽 방향으로는 한라산 정상과 봉긋봉긋 솟은 오름들, 서쪽으로는 수월봉과 차귀도, 남쪽으로 종을 엎어놓은 모양의 산방산, 발아래 야트막하게 펼쳐진 곶자왈은 정돈된 정원처럼 펼쳐졌다. 사방(四方)이 탁 트인 전망은 가히 제주의 오름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었다.

    오름 정상에서 산들거리며 불어오는 봄바람에 땀을 식힌 올레꾼들은 발걸음을 저지곶자왈(6.5㎞ 지점)로 옮겼다. 저지곶자왈은 제주 서남부 지역에 분포하는 월림-신평 곶자왈 가운데 식생이 가장 잘 보전된 곳이다. 곶자왈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무성한 숲의 생명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쾌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녹나무와 생달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등 녹나뭇과의 상록 활엽수가 울창하게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듯했다. 제주 화산석으로 정돈된 올레길을 따라가다 보니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새우난이 올레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일부 구간에는 제주의 옛 목축문화의 상징인 마을 공동목장의 경계를 짓기 위해 쌓았던 잣성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연 학습장이었다.

    저지곶자왈을 빠져나온 발걸음은 동물농장 숲길(7.9㎞ 지점)을 거쳐 오설록 티 뮤지엄의 녹차밭(10㎞)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무릉곶자왈(항물·13.5㎞), 영동케(봉근물·14.5㎞),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 인향마을(16.2㎞) 등을 지나 이 코스의 종점인 무릉2리 생태학교(17.5㎞)까지 이어졌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이번 코스는 '제주의 허파'이자 천연 원시림인 곶자왈 중에서도 식생이 가장 잘 보전돼 있는 저지곶자왈과 오름, 녹차밭을 고루 체험할 수 있는 중산간 숲길 올레"라고 소개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