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연출되는 새로운 갈등 자신도 모르게 푹~ 빠져든다

    입력 : 2010.04.23 03:13

    '막장 드라마'는 왜 욕하면서도 볼까
    "뻔한 설정 극단적으로 몰아 저건 드라마야 하면서도 시청자가 카타르시스 느껴"

    시어머니의 패악과 억지, 거짓말쟁이 첫째 며느리의 일탈, 둘째 아들의 불륜과 가출, 셋째 며느리의 이기적인 행동….

    시청자들은 공분(公憤)하지만, 시청률만큼은 독보적이다. KBS 2TV 주말극 '수상한 삼형제'. 지난주 시청률 41%를 돌파하며 40%대 시청률에 안착했을 뿐 아니라, 2위 드라마와의 격차도 20% 안팎이다. 그러나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표현 일색이다. '막장 드라마'의 대표주자라는 오명(汚名)에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다수다.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는 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막장'이라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막장 드라마'란 용어가 쓰인 건 약 3년 전부터다. 등장인물 전부가 불륜에 빠지는 설정을 한 SBS '조강지처클럽(2007)'이 그 시초. 아내가 자신을 버린 남편과 불륜녀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을 그린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2008)'은 '천사의 유혹', '두 아내', '아내가 돌아왔다' 등 '복수 시리즈'를 잇달아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드라마‘수상한 삼형제’. 다양한 가족의 현실을 세밀히 그려냈다는 평과‘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KBS 제공

    최근엔 '수상한 삼형제'와 MBC 일일극 '살맛납니다'가 막장 드라마로 불린다. '수상한 삼형제'는 극단적인 고부 갈등과 염치없는 불륜이 핵심이고, '살맛납니다'는 시아버지(임채무)의 비상식적인 행패와 음모가 '막장'의 주된 요소다.

    모든 '막장 드라마'가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시청률 대박(40% 이상)을 낸 작품은 '조강지처클럽'과 '아내의 유혹', '수상한 삼형제'가 전부. '천사의 유혹'은 20%대 중반 시청률로 '평작' 수준이었고, 나머지 드라마들은 10%대 중~후반에 머물렀다. 자극적이고 복잡한 '막장' 설정이라고 무조건 다 뜨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카타르시스론, 소격이론…

    실제 방송 관계자들은 "'막장 드라마'에도 격(格)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막장'이란 편견을 거두면, '수상한 삼형제'나 '아내의 유혹'은 그 자체로 극적 완성도와 효과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문보현 KBS PD는 "'수상한 삼형제'나 '아내의 유혹'은 의외의 사건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부분에 쉼없이 배치하거나, 시청자들의 예측과 어긋나는 스토리 구성으로 시청자를 빠져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 '예측성'과 '돌발성'의 절묘한 조화가 '성공한 막장'의 핵심이 된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복수하려는 아내(장서희)의 변신을‘점’하나 찍는 방식으로 표현해 논란을 빚었던‘아내의 유혹’. /SBS 제공

    실제 '수상한 삼형제'는 철부지 장남 김건강(안내상)이 철이 들자 갑자기 아내 엄청난(도지원)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는 식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갈등 국면을 만든다. 또 순종적이던 둘째 며느리 도우미(김희정)가 폭군형 시어머니에 반발해 집을 나가는 식으로 끊임없이 다음 궁금증을 던진다.

    문 PD는 "이들 드라마는 감추고 싶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후벼파는 현실적인 드라마"라며 "불륜이나 복수 등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존재한 극의 테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막장 드라마'의 극적인 설정이 수용자들에게 더 큰 카타르시스, 즉 '정화(淨化) 작용'과 '소격(疏隔·낯설게 하기) 효과'를 동시에 준다는 분석도 있다.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막장 드라마는 뻔한 설정을 극단적인 갈등으로 몰고가는데, 이 대목에서 시청자들은 더욱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극단적인 설정일수록 시청자들은 동시에 '저건 드라마야'하며 거리를 두면서 연극적으로 즐기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창윤 서울여대 교수도 "드라마의 '정서적 리얼리즘' 기능으로 따지면 '막장 드라마'는 최고 위치에 있다"며 "시청자가 드라마 속 캐릭터와 현실을 비교하며 '저 사람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 '그래도 내 남편이 저 남자보다는 낫지'하며 만족감을 느끼며 즐거워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인기 드라마 작가 A씨는 "'막장 드라마'의 핵심은 다른 드라마 20~30회에 할 이야기를 단 2~3회 만에 해치우는 '경악스러운 템포감'과 끊임없이 궁금증을 유발하는 극적 테크닉"이라며 "'어떻게 하면 현실적 설정을 만드나'를 두고 몇날 며칠밤을 새우는 작가가 아닌 강한 캐릭터와 속도감으로 치고 나가는 작가들이 주목받으면서, 드라마는 점점 높은 자극의 역치를 만들기 위해 계속 독(毒)을 팔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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