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와 한국교총 등 소속 교사 22만2479명의 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www.educho.com)에 공개한 다음날인 20일도 교육계는 '명단공개 후폭풍'이 거셌다.
학부모들은 자녀 학교 교사가 전교조 소속인지를 알아보려 홈페이지에 몰렸고, 전날 접속 폭주로 마비됐던 조 의원 홈페이지 상황은 이날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조 의원측은 "서버 용량을 늘렸지만 접속 건수가 워낙 많아 속도가 계속 줄어든다"며 "홈페이지에서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해 일을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명단 공개'는 6·2 교육감 선거의 주요 이슈로도 떠올랐다. 보수진영 교육감 예비후보들은 대부분 "전교조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 교사들이라면 명단공개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반면, 진보 성향 후보들은 "한나라당이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전교조 죽이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후보 성향따라 찬·반 엇갈려
서울교육감 선거의 경우 후보 성향에 따라 '전교조 명단공개'에 대한 입장이 완전히 갈렸다. 보수성향 후보 10명 중에는 3명을 제외하고 명단 전면공개를 찬성한 반면, 진보성향의 후보 두 명은 "교육의 중립을 훼손한 정략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교총 회장 출신으로 서울교육감 선거에 나선 이원희 후보는 "교원평가제를 제대로 하려면 학부모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전교조 교사든 교총 교사든 누구나 수업을 누가 더 잘 하는지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부교육감 출신 김경회 후보는 "나는 교육정보 공개론자로 찬성"이라고 말했으며, 경희대 교수인 권영준 후보는 "대학교수도 연구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마당에 전교조도 명단공개가 맞다"고 말했다.
교사 출신 김영숙 후보(전 덕성여중 교장)와 김걸 후보(전 용산고 교장)도 공개에 찬성한다고 했으며, 김성동 후보(전 교육과정평가원장), 이상진 후보(서울교육위원)는 "학부모의 알권리 차원에서 찬성한다"고 밝혔다.
단 이경복 후보(전 서울고 교장)는 "원하는 학부모에 한해 '제한적 공개'가 바람직하다"고 했고, 김호성 후보(전 서울교대 총장)는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남승희 후보(전 서울시 교육기획관)만 보수 후보 중 유일하게 "학교 현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반면 진보 진영의 곽노현 후보(방통대 교수)는 "여권이 이번 지방선거에 개입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박명기 후보(서울교대 교수)는 "법질서를 강조한 공당(公黨) 의원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로, 해당 교원들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밝혔다.
경기도 상황도 비슷했다. 전교조 성향의 김상곤 현 경기교육감 측은 "교권(敎權)과 인권 침해소지가 크므로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반면, 보수측 정진곤 후보(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는 성명서를 내고 "전교조가 명단공개를 꺼리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배척당하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진영 문종철(전 수원대 대학원장)·조창섭(단국대 교육대학원장) 후보 역시 명단 공개를 반겼다. 반면 보수진영 강원춘 후보(전 경기교총 회장)는 "교사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무시한 전면공개는 반대"라고 밝혔다.
◆'전교조 대 반(反)전교조' 구도?
6·2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둔 시점에 전교조 명단 공개는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계 인사는 "지금까지는 후보 간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전교조를 둘러싼 쟁점에서는 입장이 명확히 갈리게 될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누가 친(親)전교조이고, 반(反)전교조인지를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전교조 성향의 주경복 후보가 선거 중반까지 앞섰지만, 막판에 보수층 사이에 "전교조 교육감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공정택 전 교육감에 표가 집중됐다. 수도권 지역에 출마한 몇몇 교육감 후보는 '반(反)전교조'를 선거 구호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에서는 '전교조 대 반전교조' 구도가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에는 전교조보다 교육 당국이 만든 교육 이슈가 절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선거에서 이를 둘러싼 찬반(贊反)논란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예컨대 '학원 10시 규제'나 '입학사정관제 도입' '자율형사립고 확대' 등이 이번 선거의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가 설립된 지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된 회원 명단 공개로 학교현장과 교육계에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에서는 대부분 시각을 같이한다.
▲21일자 A5면 '전교조 명단 후폭풍, 교육감선거 강타' 기사와 관련, 남승희, 이경복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는 "전교조 명단 공개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