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황장엽 암살 지시, 왜 지난해 11월에 내렸나

  • 조선닷컴

    입력 : 2010.04.21 00:54 | 수정 : 2010.04.21 21:45

    북한황장엽(87) 전 노동당비서를 암살하려고 한 사건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은 ‘왜 지금인가’이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검거된 남파간첩들은 지난해 11월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의 김영철 총국장(상장)으로부터 직접 황 전 비서를 암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황 전 비서가 1997년 2월 한국에 망명한 지 13년이 흐른 시점이다.

    ◆황장엽, 작년 하반기부터 대북 비판 수위 높여

    황 전 비서는 1923년생으로 올해 87세의 고령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황 전 비서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일종의 안보강연을 비정기적으로 다녔다. 정기적이고 공식적인 대외활동은 접은지 오래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황 전 비서의 외부활동과 언론 노출이 부쩍 잦아졌다. 그는 지난해 6월 KAL기 폭파범인 김현희를 만났으며, 9월에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책을 내면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중 동맹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어 10월에는 북한민주화위원회 개소식에 참석, 북한 개정헌법의 `공산주의' 삭제에 대해 “공산주의를 내세우면 왕정복고식 (3대)후계세습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선군정치를 앞세워 공산주의를 배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2월에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창립 10주년 행사에서 “중국 동북지방의 조선족 교포 80만명을 잘 포섭해 북한에 들여보내면 북한 민주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강경 발언, 김정은 후계작업에 눈엣가시였을 듯

    이처럼 작년부터 황 전 비서의 북한체제 비판 수위가 조금씩 높아지고 외부 활동도 활발해지면서, 북한으로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 후계구도 구축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황장엽 암살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작년 1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도 완전하지는 않아 내심 후계체제 구축이 다급한 처지다. 그런데 입만 열면 아픈 곳을 찔러대는 황 전 비서의 존재가 심기를 건드리는 수준을 넘어서 ‘3대 권력세급’의 정당화 논리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황 전 비서는 ‘김정남 후계설’을 꾸준히 제기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08년 9월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과 면담에서 “중국 정부가 김정남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고,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의 후원을 받고 있다. 김정남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야심가로 알려진 김정은과 군부 강성파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이에 따라 후계자가 되기 위해 ‘치적 쌓기’에 나선 김정은이 황 전 비서를 제물삼아 공적을 추가하려 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공작원 출신 탈북자는 “1990년대에도 공작 부서의 일부 충성분자들이 김 위원장에게 황 전 비서 암살 계획을 보고했지만 김 위원장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들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김정은 업적 쌓기 차원에서 반역자를 처단해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목적으로 군부에서 기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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