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전업주부 재산분할권

    입력 : 2010.04.19 23:25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은 1930년 결혼 10년 만에 이혼했다. 그녀는 이혼 과정을 소상하게 밝힌 '이혼 고백장'을 잡지 '삼천리'에 발표하면서 재산분할도 공개 요구했다. 그러나 결국 세상의 따돌림을 당해 외롭게 살다가 병원에서 쓸쓸히 눈을 감았다.

    ▶2002년 대법원은 "부부 한쪽의 재산이라고 해도 다른 배우자가 협력해 늘어났다면 분할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남편과 맞바람을 피운 주부가 25년 만에 이혼하면서 위자료 없이 공동재산 절반인 1억2000만원을 받은 판례도 있다. 이혼책임과 관계없이 재산분할은 이뤄진 것이다. 1999년 논문에서 맞벌이 주부를 포함한 이혼 여성 중 41~50%의 재산을 나눠 받은 경우는 20.6%에 그쳤다. 그러나 2008~2009년 전국 1심 법원에서 선고된 227건의 이혼소송에서 여성 재산비율을 40~50%로 인정한 것이 135건으로 60%나 됐다.

    ▶19일 서울가정법원은 20년간 두 자녀를 키운 전업주부 A씨의 50% 재산 분할권을 인정했다.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재산 분할 소송에서 "남편은 재산의 50%인 9억원과 위자료 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가정법원은 지난 1월 이혼한 전업주부 B씨에게도 50% 재산 분할을 판결했다. 10년차 이상 전업주부의 재산형성 노력을 남편과 똑같이 보는 판례가 10년 전에 비해 크게 는 것이다. 현재 가사도우미의 월평균 보수는 180만~200만원이다. 휴일도 없는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은 최소 월 200만~250만원으로 평가되고, 남편이 고소득층이면 배우자의 기대소득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법원측은 설명한다.

    미국에선 43개 주(州)가 이혼 부부의 공동 재산을 나눈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8곳은 50%씩 나누는 게 원칙이다. 맞벌이 주부뿐 아니라 주부의 가사노동 등이 재산 늘리기에 끼친 공(功)을 높이 치는 것이다. 독일·프랑스·스위스도 50%씩 분할한다. 영국 전업주부는 공동재산의 33%만 받는다.

    ▶요즘 미국에선 예비 커플의 30%가 혼전(婚前) 재산분할 계약을 원한다고 한다. '나중에 이혼 직전 재산 분할할 때는 이미 늦는다'며 미리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사랑엔 속아도 돈엔 울지 않겠다'는 것이 인류 결혼생활사(史)의 새 풍속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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