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사적 대응도 열어놓아야 외교에 힘이 실린다

      입력 : 2010.04.19 23:25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오전 "대통령으로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혀낼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해 한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이날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 연설에서 군(軍) 통수권자로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반드시 찾아내 이번 사태를 일으킨 집단이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대통령은 낮에는 외교안보자문단과 오찬을 함께하며 대한민국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은 침몰의 원인 규명이 진전되면서 논의의 중심이 점차 공격자에 대한 엄중하고 단호한 대처 방안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장수 전(前) 국방장관은 최근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으로 확인되면 (대북)봉쇄, 무력시위, 직접적 타격 등 군사적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거듭된 도발 원인(遠因)으로 "지금까진 북한이 수많은 사건을 저질러도 우리가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은 (이번에도) 한국이 국제적 제재나 좀 하고 떠들다 말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에선 지금 북한이 제2, 제3의 천안함 같은 도발을 두번 다시 생각할 수 없게 만들려면 그들에게 천안함과 같은 규모의 희생을 반드시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쟁을 막는 최선의 길은 때론 전쟁도 각오하는 결연한 의지"라는 논리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기뢰 공격 때문이라면 그것은 국제법상 '전쟁 행위'이고, 대한민국은 유엔 헌장 51조의 '유엔 회원국은 무력 공격이 발생하면 개별적·집단적 자위권(自衛權)을 갖는다'는 규정에 따라 군사적 조치를 발동할 권리를 갖고 있다. 과거엔 자위권을 행사하려면 외국으로부터의 침해가 현실적으로 급박해야 한다고 해석해 왔지만 최근 추세는 점차 자위권 행사에 '긴급성'이란 시간적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1968년 북한 무장게릴라가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 수백m 앞까지 쳐들어 와 우리 국민 7명을 사살했을 때도, 1983년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북한 공작원이 설치한 폭탄이 터져 대한민국의 부총리·장관 등 17명을 숨지게 만들었을 때도, 1987년 대한항공 858기를 공중 폭파해 115명을 몰살시켰을 때도 대한민국의 대응은 유엔을 통한 북한 규탄 및 외교·경제 제재의 선을 넘지 않았다.

      1996년 9월 북한 공작원 26명이 북한 잠수함을 타고 강릉 앞바다를 통해 우리 해안에 침투하자 이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군인 등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넉 달 뒤 미국·북한 간 마라톤협상을 통해 북한에게서 이 사건에 대한 '깊은 유감'이란 단어를 끌어내면서 미국은 50만t의 쌀 지원을 약속해야 했다. 이런 전례(前例)들이 쌓여 북한은 '남측의 군사적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군사적 도발을 서슴없이 저질러 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남북 200만 대군이 언제든 전면전에 돌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고, 북의 장사정포와 미사일은 남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겨누고 있다. 북한은 이 상황에서 한국이 군사적 대응에 나서게 되면 대규모 인명 피해와 세계 10위권에 오른 경제 번영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되는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는 걸 알고 그걸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남북이 부딪치면 우리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곧 김일성 세습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18일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으로 드러나면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게 유엔 안보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작년 6월 2차 핵실험 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874의 제재를 받고 있는데도 버릇을 고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이런 북한을 상대하려면 스스로 선택의 폭을 좁힐 게 아니라 '군사적 선택을 포함한 모든 선택'을 열어놓고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 그래야 외교적 해법도 힘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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