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고를 조사 중인 민군 합동조사단의 윤덕용 공동단장은 16일 브리핑에서 "함미 바닥 좌측에서 큰 힘이 작용해 우측에 파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이 보기엔 천안함 함미에 남은 부분이 왼쪽(36m)에 비해 오른쪽(30m)이 훨씬 짧아 마치 오른쪽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실은 그 반대라는 얘기다.

버블제트, 왼쪽 치면 오른쪽 깨져

충격은 왼쪽에서 왔는데 파손은 오른쪽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함정과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수중폭발하는 '버블제트(bubble jet·일종의 물대포)식 어뢰'라면 이 '모순'을 설명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장창두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어뢰나 기뢰가 천안함의 왼쪽 아래에서 버블제트 방식으로 폭발했다면 15일 공개된 함미 절단면과 같은 형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고무지우개를 꺾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金국방, 對국민 담화…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16일 오전 천안함 침몰 민·군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을 들어서고 있다.

길쭉한 직육면체 모양의 지우개 양끝을 고정시킨 채 허리 부분 아래쪽 모서리에 힘을 가하면 반대편 위쪽 모서리부터 죽 찢어져 결국 두 동강이 난다. 천안함의 경우 수중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가스버블이 좌현 하부를 강타했다면 반대편 모서리인 우현 상부에 큰 파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함정을 직접 타격하는 직주(直走)식 어뢰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이런 어뢰는 타격지점에 파공을 비롯해 커다란 파손을 야기한다. 만약 왼쪽에서 타격이 이뤄졌다면 오른쪽은 상대적으로 온전한 형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어뢰에 직접 맞았다면 일부라도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할 파공 흔적도 찾지 못했다.

일단 함정을 뚫고 들어와 함내에서 폭발하는 '지연신관식 어뢰'일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 경우 폭발 충격으로 우현 쪽 철판이 안에서 밖으로 심하게 휘어져 나가야 하지만 15일 공개된 함미 우현 절단부위는 비교적 매끄러웠다. 또 함내에서 터졌다면 화재 흔적이 남아야 한다. 하지만 윤 단장은 "전선 피복 상태가 양호했다"며 화재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각선 힘=수평 힘+수직 힘"

버블제트 어뢰가 작동하는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함정 직하(直下·바로 밑)에서 터질 때다. 충격파에 이어 가스버블이 팽창→수축→재팽창 작용을 하며 함정 가운데를 들었다 놓아 심각한 균열을 일으킨다. 이때 배 안에선 '붕 뜨는 느낌'을 받는다. 재팽창한 버블이 결국 깨지면 주변의 물을 급속도로 빨아들여 고압의 물대포가 발사되는데 함정은 이때 두 동강 난다.

그래픽=이철원기자 burbuck@chosun.com

그러나 버블제트 어뢰가 좌현 아래쪽에서 터지면 함정은 우상향하는 대각선 방향의 충격을 받는다. 물리학적으로 이 충격력은 수평방향 충격과 수직방향 충격의 합(合)으로 표현된다. 힘(force)은 벡터(vector·크기와 방향을 가진 물리량)이고, 벡터는 수직성분과 수평성분으로 각각 분리해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천안함에 대각선 방향의 충격이 가해졌다면, 일반적인 버블제트 상황에서 발생하는 수직방향 힘 외에 수평방향의 힘이 추가로 작용하는 셈이 된다. 장 교수는 "바로 이 수평방향 충격이 좌현에 압축력을 가해 좌현 갑판을 불룩 솟게 하고(좌굴현상) 함정을 우현 쪽으로 넘어가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버블제트 어뢰(기뢰)로도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은 여전히 남는다. 강력한 물대포가 발사됐다면 갑판이 흠뻑 젖었어야 하는데 사고 당일 천안함 구조에 나섰던 해경 관계자들은 그런 증언을 내놓지 않았다. 절단면이 좌현보다 우현이 짧은 비대칭 형상이 된 점도 버블제트 어뢰로는 설명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