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번역된 한국 문학 그 놀라운 힘

  • 이민진·재미 소설가

    입력 : 2010.04.14 23:30

    이민진·재미 소설가
    누가 "한국 사람은 시끄럽고, 부정직하며 공격적이고 너무 경쟁심이 강하다"고 내게 말하더라도, 나는 그들에게 소리 지르고 거짓말하거나 두들겨 쓰러뜨릴 생각이 없다. 대신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국인들은 유머러스하고 똑똑하며, 정직하고 신의 있고 낭만적이고 너그러우며, 예민하고 열정적이며, 무엇보다 잘생겼다"라고 말한다.

    2010년, 한국인들은 스케이트를 훌륭하게 잘 타고 요리를 잘하고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며 오페라에 출연하고 골프를 하고 빌딩을 설계하고 그림을 그리며 영화를 제작하고 고급 패션을 창조하며 멋진 차와 휴대폰을 만든다. 한국인들은 전쟁의 잿더미에서 새로운 국가를 일으켜 세우고 국제사회의 주역이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세계엔 한국인에 대한 상투적인 부정적 인식이 전파되고 있다. 많은 세계인이 한국인들이 휴머니티로 충만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

    나는 영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으로부터 나의 역사적·문화적 유산을 학습했다.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한국 문학 번역가는 아마도 피터 H.리 UCLA 대학 명예교수일 것이다. 1960년부터 2007년 은퇴하기까지 47년간 한국 문학을 가르쳐온 리 교수는 20권이 넘는 번역서와 연구서를 통해 미국 대학에서 한국 문학을 정식 학문 주제로 만들었다. 그의 뒤를 이어, 브루스와 주찬 풀턴, 데이비드 맥켄, 케빈 오룩 신부, 김영무, 안정효, 그리고 다른 많은 작가와 번역가들이 있다. 이분들은, 알아주는 사람도 없이 또 대단한 보상도 없이 한국 문학을 미국과 전 세계의 영어 사용자들에게 알리는 데 헌신했다. 이분들의 작업이 세계인들로 하여금 한국을 보다 넓고 깊게, 또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분들이야말로 애국자이며, 한국의 진정한 친구들이다.

    얼마 전 뉴욕시립대(CUNY)의 페미니스트 신문이 내게 일제 강점기 여성 작가 강경애의 장편 소설 '인간 문제' 비평기사를 청탁해왔다. 브라운대학의 재능 있는 젊은 학자 새뮈얼 페리 교수가 이 소설을 영문으로 번역했다. 강경애는 1931년 단편 소설 '파금(破琴)'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작가로 데뷔했고 1939년에는 조선일보 간도지국장을 지냈던 당대의 여성 지식인이다. 이제 현대 대중 작가도 아닌 강경애의 작품이 미국에서 번역되고 미국 대학의 세미나 주제로 등장할 정도가 됐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이 큰 힘이 되었다. 번역원은 5월에 서울에서 여는 서울국제작가페스티벌에선 전 세계에서 온 작가들이 한국 문학을 논하게 된다.

    슬프게도, 아직 미국이나 유럽의 보통 사람들은 한국 문학에 대해 뭐 하나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다. 일본의 전통 시가(詩歌) 하이쿠는 알아도, 향가· 창가·시조·가사·판소리 같은 것은 들어본 일도 없는 사람이 대다수다. 해야 할 일이 많다. 한국 문학 작품이 번역되는 것과 함께 좋은 서평(書評)과 판매 전략, 학술회의가 뒤따라야 한다. 외국 대학에서의 강의도 필수적이다.

    한국 문학으로서는 요즘이 정말 흥미진진한 시기다. 새뮈얼 페리, 유영란 같은 젊은 학자들이 한국 문학 번역의 몸통을 키워가고 있다. 퓰리처상을 받은 시인 리처드 하워드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번역은 휴머니티를 표현하고 또 확대한다"고 썼다. 한국인들이 이룩한 성취와 한국 문학이 함께 이해될 때, 영광과 고난의 역사는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깃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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