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FC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넬로 빙가다(57·포르투갈) 감독은 최근 'KFC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 4일 수원 삼성과의 라이벌전에서 3대1로 이긴 이후 FC서울 팬들 사이에 퍼진 별명이다. 수원 삼성의 마스코트인 상상의 새 '아길레온'을 빗대서 쓰는 별명이 '닭'이니, 이날 승리로 그는 닭집 할아버지가 된 셈이다.
FC서울은 지난해까지 이청용과 기성용을 보유했고, 2008년엔 박주영까지 속했던 스타 군단이었다. 그럼에도 지나친 개인주의와 스타 중심 운영으로 2000년(안양 LG 시절) 이후 10년간 우승을 못했다. 축구계에서 "FC서울의 가장 큰 적은 팀 내부에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을 정도다.
빙가다 감독은 부임 이후 이런 문제들을 상당히 해결했다는 평을 듣는다. 스타들은 빠졌지만 경기력이 좋아졌고, 이전처럼 고비에서 팀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도 없어졌다. FC서울은 올 시즌 6경기 5승1패(승점 15)를 기록, 한 경기를 더 치른 울산(승점 16·5승1무1패)의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15골을 8명이 기록할 만큼 득점 분포도 넓어졌다. 전문가들은 "찬스에서 동료를 활용하는 패스가 지난해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말한다.
최근 FC서울의 구리 훈련장에서 만난 빙가다 감독은 "축구에서 스타는 (개인이 아니라) 오직 팀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타 11명이 모여도 최고의 축구는 나오지 않아요. 팀에는 스피드 좋은 선수, 테크닉 좋은 선수, 투사(fighter)가 고루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강팀이죠." 스타 의식을 앞세운 플레이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빙가다 감독은 그 예로 모국인 포르투갈 대표팀 얘기를 꺼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 예선에서 포르투갈 최고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출전한 경기가 오히려 내용이 나쁜 경우가 많았어요. 다른 선수들이 그에게 책임을 미뤘기 때문이죠. 호날두를 '보디가드'로 착각한 겁니다."
요즘 빙가다 감독은 선수들 방에 불쑥 들어가 일대일 면담을 갖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의 가정 상황까지 소상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주전과 비주전 마찬가지다. 그는 "선수의 부인이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그 집 아기가 밤새 우는지도 모두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선수가 최고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차별 없이 선수단을 운용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이집트와 이란의 프로팀을 두루 지도해 본 만큼 아시아를 잘 안다. 자기 생일에 코칭 스태프와 삼겹살 파티를 할 만큼 한국 문화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외국인 감독에게 한국 K리그는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빙가다 감독도 최근 축구가 야구 인기에 밀린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는 "티켓 값이 비싸서 관중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구단과 연맹 모두 노력해야겠지만, 결국 축구의 질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