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뒤로 가는 진화… '역진화(逆進化)'를 아시나요

    입력 : 2010.04.10 03:11 | 수정 : 2010.04.10 22:02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천연기념물센터는 지난해부터 수행해온 '천연기념물 제412호 연천 은대리 물거미 서식지' 보존을 위한 모니터링 과정에서 물거미가 육상에서 동면하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3월 29일

    물거미(학명 Argyroneta aquatica·사진)는 전 세계에 오직 1과1속1종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특이한 종(種)이다. 물 속에서 살지만 숨은 땅에 사는 거미처럼 책허파(書肺)와 복부의 숨구멍(氣門)으로 쉰다.

    배에 공기방울을 붙이고 다니고 물 속에선 공기주머니집을 만들어 숨 쉬며 산다. 천연기념물센터가 이번에 발견한 것은 물거미의 겨울잠이다. 육상거미처럼 습지의 풀이 우거진 지상에서 겨울을 보내는 걸 확인한 것이다.

    이전에는 물거미가 땅속이나 물속, 또는 진흙속에 만들어놓은 공기주머니집에서 겨울을 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센터는 뭍에서 겨울을 나는 물거미가 역진화(逆進化) 이론을 뒷받침할 증거라고 말한다.

    원래 물에서 뭍으로 가는 게 진화인데 물거미는 지상에 살던 거미가 다시 수중생활로 되돌아간 역진화(逆進化)의 대표적 예라는 것이다. 이렇게 거꾸로 진화한다는 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역진화 이론의 가정은 진화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굽보다 발이, 아가미보다 폐가 더 나은 진화형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같은 종일 경우 예전에 사라진 형태가 다시 나타나면 역진화로 보는 식이다.

    작년 초 포르투갈미국 과학자들은 1975년에 채집한 초파리를 50세대에 걸쳐 다양한 환경 속에서 번식시켰더니 과거 조상의 유전자로 되돌아가는 사례가 나왔다고 밝혔다.

    스위스의 한 제약회사에서 있었던 식물 실험도 역진화 예로 꼽힌다. 밀이나 옥수수 등 다양한 식물을 정전기장에 노출시켰더니 이미 멸종돼 볼 수 없는 원시 형태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옛날의 유전자로 되돌려 식물을 재배하면 농약이나 비료 없이도 자라고 수확량도 많아진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실험을 한 회사는 살충제를 생산하는 곳이어서 더 이상 실험을 발전시키지 않았다.

    BBC
    두발로 걷지 못하고 손과 발로 기어가는 종족<사진>을 역진화 예로 보기도 한다. 2006년 영국호주에서는 터키의 시골 가족이 화제였다. 18~34세의 이들 5남매는 직립 보행을 못 하고 손과 발로 기어다녔다. 이를 두고 터키 의대 교수는 논문에서 "이들이 유인원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봐 원시인으로 육체와 정신이 퇴화한 역진화의 분명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과학자들은 뇌의 기능 이상 탓이라고 반박했다.

    작년 8월에는 캐나다의 고생물학자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부화되는 닭에서 공룡의 특성을 재현하는 역진화 실험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류의 조상이 공룡임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1925년 미국 테네시주 데이톤에서 벌어진 진화론자와 창조론자의 법정 공방에서 역진화는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진화론자들은 "침팬지 등 유인원이 지금의 인간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반대논리는 "인간이 역진화한 것이 유인원이지 유인원이 인간으로 진화한 게 아니다"고 했다. 생물교사가 진화론을 가르친 것은 법 위반이라고 제소해 벌어진 이 재판 결과는 진화론자의 승리로 끝났다.

    오늘날 역진화 이론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현대 진화 이론을 받아들인 다수 과학자들은 방향성을 전제로 하는 역진화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더 복잡한 구조로 바뀌는 것이 진화이고, 기능을 잃는 것은 진화를 거스르는 역진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더 단순해지고 필요없는 기능이 사라지는 것도 진화의 일종으로 본다. 어떤 경우든 결과적으로는 생물이 환경 적응을 위해 변화하는 것이니 진화의 예로 봐야지, 거꾸로 진화한다는 개념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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