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데스크] 한국 휴대폰 심상찮은 고전

    입력 : 2010.04.06 23:02 | 수정 : 2010.04.07 02:44

    조형래 산업부 차장대우
    아이폰이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는 불과 4개월 만에 50만명을 돌파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아이폰 덕분에 무선인터넷 사용량도 10배나 폭증했다. 국내의 이름없는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애플의 '앱스토어'(일종의 인터넷 장터)에 자신의 콘텐츠를 올려 단번에 돈방석에 앉게 됐고, 모바일뱅킹·모바일 오피스 등 스마트폰을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들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이폰이 이름뿐이던 우리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 셈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냄비처럼 화끈한 우리 사회에서 '모바일'은 이제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도 이건희 회장의 복귀 소식을 '트위터'라는 단문 메시지를 통해 외부에 알릴 정도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아이폰의 혁신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무엇보다도 아이폰이 한국 5대 수출품 중 하나인 휴대폰 산업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가 최근 발표한 휴대폰 수출입 동향을 보면, 3월까지 한국 휴대폰 수출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우리 휴대폰 수출이 10% 이상 감소세를 보인 것은 한국이 본격적으로 휴대폰 수출을 시작한 1997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199달러와 299달러에 팔리는 아이폰은 한국이 그동안 경쟁력을 자랑해왔던 프리미엄폰 제품과 정확히 시장이 겹친다. 게다가 휴대폰 판매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해외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이 무선통신 사용량, 즉 통화요금이 더 많이 나오는 아이폰에 더 많은 보조금을 실어주기 때문에 우리의 고전이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LG전자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는 시장의 변화를 미처 읽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를 미리 읽고 대처한 일본 소니는 애플에 훨씬 더 호되게 당했다. 일본 소니는 1980년대 소형 카세트 리코더 '워크맨'의 글로벌 히트 이후 일찌감치 콘텐츠 사업에 손을 댔다. 수조원씩 투자해 음반사·영화사를 인수하고 게임산업을 본격적으로 키웠다.

    하지만 지난 2001년 애플이 음악 등 남들이 만든 콘텐츠를 사고 팔 수 있는 '아이튠즈'(일종의 인터넷 쇼핑 사이트)라는 기발한 비즈니스모델을 발표하자, 소니의 10년 공든 탑은 한 방에 무너져 버렸다. 게다가 소니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했던 TV 등 제조 분야에서마저 한국에 역전을 당하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소니는 콘텐츠라는 신기루를 쫓다가 자신의 가장 중요한 자산을 잃어버린 것이다. 소니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소니 기술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고 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북미통신전시회(CTIA)에서 랄프 드 라 베가 회장은 개막연설을 통해 "미국이 세계 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의기양양해했다. 미국이 금융으로 제조업의 일본을 누른 것처럼 스마트폰으로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예사롭지 않은 결의를 보면서 우리 경쟁력의 근간인 제조업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그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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