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고의 원인이 기뢰·어뢰 등에 의한 외부 충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북한의 잠수정 및 반(半)잠수정의 동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고 원인이 북한의 기뢰·어뢰로 판명될 경우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유력한 공격 수단이 잠수정 또는 규모가 작고 침투용으로 주로 쓰이는 반잠수정이기 때문이다. 잠수정은 보통 300t 이하의 함정으로 잠수함보다 작다. 천안함 침몰 수역은 수심이 20~30m 안팎으로 얕아서 북한의 주력 로미오급 잠수함(1800t급)이 활동하기 힘들다. 반잠수정은 공작원 침투용으로 주로 사용되며 물속에 반쯤 잠겨 해안에 접근하다가 해안이 가까워지면 물속으로 잠수해 침투, 발견하기 매우 힘들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 반잠수정은 어뢰 2발을 발사할 수 있다"며 반잠수정에 의한 천안함 피격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북한 잠수정(반잠수정)의 움직임에 대해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이 "사고 당시 북 잠수정 또는 반잠수정이 기지에서 움직였다"고 말해 논란이 됐으나 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한·미 양국은 미국의 KH-12 정찰위성, U-2 정찰기, 한국군의 금강 정찰기 등을 통해 함남 신포 마양도기지 등 동·서해안의 북한 잠수함 기지를 최우선 순위를 두고 감시하고 있다. 북 잠수함이나 잠수정 여러 척이 한꺼번에 사라지면 한국 해군에 경계 강화 조치가 취해진다. 전쟁이 났을 때 북한이 한·미군에게 가장 빨리 큰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것이 잠수함, 잠수정, 반잠수정이기 때문이다. 천안함과 속초함이 이례적으로 백령도 해안 가까이 있었던 것도 북한의 잠수정 또는 반잠수정 침투 첩보에 따른 것이라는 설(說)도 있으나 국방부는 이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반잠수정 가운데엔 북한이 이란에 지난 2002년 3척을 수출한 '대동2'급(級)이 우선 꼽힌다. 이들은 과거의 침투전용 반잠수정과는 달리 어뢰와 같은 공격용 무기를 탑재하고 있다. 대동2급은 함체 옆에 어뢰발사관 2문(구경 320mm 추정)을 장착하고 있으며, 수중 20m쯤까지 잠수할 수 있다. IPS-16은 대동2급보다 대형이며 역시 어뢰발사관 2문을 장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북한의 기술 지원으로 북한제 유고급 잠수정과 비슷한 120t급 '콰디르' 잠수정도 건조했는데 여기엔 2문의 533㎜ 어뢰발사관을 장착, 로켓어뢰나 고속어뢰를 발사할 수 있다. 북한과 이란 간에는 핵·미사일 커넥션과 함께 수중무기 분야에서도 상당한 커넥션을 갖고 있어 이란의 신형 어뢰 기술이 북한에 이전됐는지도 관심사다.
잠수정 가운데엔 지난 1998년 속초 앞바다에서 꽁치 그물에 걸려 잡혔던 유고급 잠수정이 꼽힌다. 유고급은 85t급으로 구경 406mm 어뢰 2문을 장착하고 있다. 길이 20m, 폭 3.1m, 높이 4.6m, 항속거리 140~150km로 승무원 4명 외에 잠수 공작원 7~8명을 태울 수 있다. 수심 30m 안팎 해저에서도 은밀한 수중 침투 및 공격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령도 인근 북한 서해안 기지에는 20여척의 잠수정 및 반잠수정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군은 로미오급 잠수함과 상어급(300t) 소형 잠수함, 유고급 잠수정 등 70여척의 잠수함(정)과 다수의 반잠수정을 보유하고 있다.
▲1일자 A4면 "북 잠수정…"기사 중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이 '사고 당시 잠수정 4척이 NLL을 향해 남하했다'고 말했다" 부분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잠수정이 기지에서 움직였다"고 말했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