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며) 뭐라고 말씀을 드리겠습니까…. 정말 미안합니다. 송구스럽습니다."

'천안함 침몰 사고' 실종자인 정범구 상병의 할머니 이상옥씨가 해군 특수전여단(UDT) 소속 고(故) 한주호 준위의 부인 김말순(56)씨 오른손을 꼭 잡고 머리를 숙였다. 오열하던 김씨가 흐느끼다 겨우 입을 뗐다. "이건 아닙니다. 우리 금쪽같은 내 새끼 아버지인데…." 빈소엔 가족들 울음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뿐이었다.

사고 6일째인 31일 오전,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에 머물며 120시간 넘게 생사를 알 수 없는 가족 소식을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이 한 준위의 빈소를 찾았다. 이날 아침 일찍 평택을 출발해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한 실종자 가족들은 이창기 원사의 형 이성기씨, 김종헌 중사의 작은아버지 김장준씨와 김 중사의 이모·이모부, 정범구 상병의 할머니 이상옥씨와 이모할머니 이상래씨, 이모부 김종수씨 등 7명이다. 병원까지 버스를 타고 온 실종자 가족들은 후배 군인들을 구하기 위해 사지(死地)로 뛰어든 한 준위의 유가족을 위로했다.

31일 오전 10시40분쯤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한주호 준위 빈소를 찾은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한 준위는 실종된 동료를 가족 품으로 안겨주려는 일념으로 바다에 뛰어들다 30일 목숨을 잃었다. 실종자 가족들이 흐느끼며 빈소에 들어서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오열을 하며 울음바다가 됐다.

오전 10시 40분 장례식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실종자 가족 7명은 흐느끼고 있었다. 이들의 울음소리가 빈소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 김말순씨의 통곡이 시작됐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실종자 가족들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신발을 벗고 한 준위 영정 앞에 섰다. 녹색 정복(正服)을 입은 한 준위의 아들 한상기(25) 중위도 포갠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실종자와 순직자 가족 모두 최대한 예우를 갖췄다. 김씨의 통곡 속에 헌화와 묵념이 이어졌다. 이때까지도 눈물을 꾹 참던 아들 한 중위가 무너지기 시작한 건 실종자 가족들이 악수를 하러 자신을 향해 걸음을 옮길 때였다. 침통한 얼굴로 조문객을 쳐다보던 한 중위 얼굴이 한순간 슬픔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창기 원사의 형 이성기씨는 조문을 마친 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까운 분을 잃었습니다. 유가족에게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정범구 상병의 이모할머니 이상래씨는 "(처음 한 준위 순직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짧게 말한 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정 상병의 할머니 이상옥씨는 빈소를 나서며 "손자가 물속에 있는데 할머니는 살겠다고 아침을 먹었어요. 밥을 먹고 배고프다고 밥을 먹고…"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조문을 마친 뒤 곧바로 평택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