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침몰한 까닭은 선박 노후화에 따른 '피로 파괴'(fatigue fracture) 현상 때문이라는 제3의 가설이 제기됐다. 지금까지는 선박 내부의 폭발물이 터졌거나, 외부의 기뢰·어뢰가 폭발했다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YTN과 문화일보는 31일 "천안함 함수와 함미 사이의 절단 부분이 마치 칼로 자른 듯 깨끗했다"는 잠수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피로 파괴' 가능성을 보도했다.
피로파괴란 선체 용접부분이 갑작스레 끊어지는 현상이다. 선박이 오랫동안 바닷물의 압력과 장력에 노출되면서 용접부분에 균열이 생겼다가, 어느 순간 둘로 갈라지는 것이다.
이 같은 피로파괴 현상으로 끊어진 선박은 절단면이 매끈하다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943년 미국 포틀랜드항에서 정박 중에 갑자기 침몰한 미국의 유조선 'T-2 탱커'의 사례를 들 수 있다. T-2 탱커는 당시 아무런 내·외부 충격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두동강이 났고, 절단면이 자로 잰 듯 매끈했다.
천안함의 절단 부위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린 선체 중앙부라는 점도 피로파괴설에 힘을 싣고 있다. 피로파괴 현상은 주로 선박의 무게중심인 중앙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피로파괴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군의 선박관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은 "배 바닥에 물이 새, 최근 세 차례에 걸쳐 수리했다는 말을 (실종된 승조원으로부터) 들었다"며 선박의 노후 가능성을 수차례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해군 측은 누수 가능성을 일축했었다.
천안함은 지난 1989년 건조된 것으로, 비교적 오래된 함선에 속한다. 지난 1999년 6월 '1차 연평해전' 때에는 선체 후미에 피격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피로파괴설이 폭발음과 정전 등 급박했던 사고 당시의 상황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원일 함장 등 천안함 생존자들은 "꽝 하는 폭발음과 함께 몸이 50cm 가량 튀어올랐다", "전력이 끊겨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라며 사고 당시를 증언한 바 있다.
30cm 앞도 보이지 않는 수중에서 잠수사들이 어느 지점의 절단면을 접촉했는가에 따라서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지금껏 잠수사들은 주로 손으로 더듬는 방법으로 선박의 상태를 확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기식 함동참모본부 정보작전처장은 "절단된 부분은 침실로 확인됐는데, 거기는 (선체 중앙부분인) 원상사실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