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천안함이 침몰한 서해 백령도를 방문했다. 대통령은 이날 천안함 사고 해역에 있는 1만4000t급 수송함 독도함까지는 전용 헬기로, 이어 독도함에서 2.3㎞ 떨어진 곳에서 천안함 실종자 구조 본부 역할을 수행 중인 3000t급 광양함까지는 고무보트를 이용했다. 이 해역은 북한 해안포대가 밀집해 있는 월례곶에서 11.7㎞, 장산곶에선 13.1㎞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백령도 방문에 대해 "천안함 사고를 보는 대통령 인식의 위중함과 실종 병사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고 했다.
천안함 침몰 닷새째인 30일 백령도 주변 해역에선 우리측 함정 18척과 미군 함정 4척 등 모두 22척의 군함이 실종 장병 구조 및 수색 작업을 펼쳤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 등 150여명의 잠수부들은 어제 온종일 45m 아래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는 천안함 선체로 진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과정에서 잠수요원 3명이 실신해 긴급 후송됐고 그 가운데 해군 수중폭파반(UDT) 소속 한주호(53) 준위가 사망했다. 백령도 현장을 직접 찾은 대통령과 실종 장병 부모와 가족, 군함 위에서 비상근무 중인 장병들과 하루에도 수없이 시계(視界) 제로 상태의 캄캄한 바다 속으로 뛰어든 잠수병들, 그리고 이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46명 실종 장병이 살아 돌아올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을 것이다. 그런 급한 마음들이 엉켜 잠수대원 사망 같은 또 하나의 가슴 아픈 일이 벌어졌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당면 과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끝까지 생존자를 찾아내는 것이고, 둘째는 침몰 원인을 철저하게 밝혀내 그에 따른 후속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위상이 여기에 걸려 있다. 나라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다 실종된 장병의 생사를 파악하고 구조하는 데조차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1200t급 대형 군함이 우리 눈앞에서 두 동강 났는데도 그 이유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지 못한다면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은 제대로 대접받을 수가 없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29일 국회에서 "정부가 북한의 개입 가능성이 없다고 한 적이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조사하고 검토한 다음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여야 의원들은 "청와대가 왜 천안함 침몰 당일 '북한 개입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단정했느냐", "정부가 어떻게 해군의 초기 대응이 잘됐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정부는 이제 천안함 침몰 원인이 드러날 경우에 취해야 할 국제적·국내적 조치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천안함 관련 후속 조치는 때론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비상(非常)한 결단을 요구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천안함 침몰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즉각적이고 확고한 결단을 내리고 행동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정부와 군(軍) 대처의 미비점은 앞으로 얼마든지 철저하게 따지고 엄중하게 추궁할 기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