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근 중국 상하이 동화대 교수

지난 23일 세계 최대의 검색포털 사이트인 구글이 '중국 철수'를 결행한 이후, 미·중 양국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26일자 A20면 보도를 보았다. 구글의 철수를 중국 사용자들은 과연 어떻게 보고 있을까? 먼저 트위터에서의 반응을 보면, "2010년 3월 23일을 과거 노르망디 상륙작전일인 'D-Day'에 빗대 'G-Day'라 호칭하자"는 견해에서부터 "중국은 이란·북한과 더불어 구글 없는 3번째 국가가 됐다"는 등 아쉬워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중국의 여론조사 결과나 세간의 민심은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난 18일 환구시보(環球時報)에 의하면 2만명의 응답자 중 87%가 "중국적 상황을 따르지 않는다면 철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일본계의 중국 정보매체인 서치나 시사여론조사가 3월 23~24일 실시한 "구글의 철수로 인해 당신 생활에 영향이 있는가?"라는 설문조사에서도 561명의 응답자 가운데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 33.69%로 최대였으며, 17.11%만이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내 검색엔진 공헌도 조사에서도 '바이두'(百度)가 80%를 점유한 반면 구글은 10% 정도에 그쳤다.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 구글의 중국 내 위상 및 성적표는 이처럼 초라했다.

그렇다고 구글의 저조함이 중국당국의 '개입'으로 인터넷 시장이 발전하지 못한 탓도 아닌 것 같다. 중국의 인터넷 시장은 사용자가 3억8400만명에 이를 만큼 줄곧 성장했다. 또한 인터넷은 중국 정부도 크게 변화시켰다. 중국의 최고 지도부까지 민심을 수렴하는 장으로 활용하는 등 그 위상이 크게 강화되어 왔다. 결국 구글 철수의 원인은 그들이 밝힌 표면적 이유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구글은 영리법인이다. 구글은 당초에 중국의 인터넷 관리 실상을 알면서도 진출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 통했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했어야 했다. 이를 통해 점유율도 높이고 중국 사회변화에도 적잖은 기여를 했다면 구글이 과연 철수 결정을 했을까? 구글 사태에도 다각적인 앵글이 필요하다. 한 다국적 기업의 시장진입 실패를 가리기 위한 연막에 미·중 갈등까지 초래한 점은 매우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