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초계함 천안함이 지난 26일 밤 침몰하던 당시에 화약냄새는 없었고, 기름냄새만 났다는 증언이 나왔다.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은 27일 오후 5시20분쯤 경기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26일 오후 9시25분쯤 당직상황을 점검한 뒤 함장실에 돌아가 작전계획을 보고 있는데 '쾅'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50㎝쯤 튀어오르고 배가 오른쪽으로 직각 90도 기울었다"며 "5분간 함장실에 갇혀있다가 위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또 최 중령은 “사고 당시 관제기와 통신 등 모든 교신이 끊겼고 (엔진이 부서지면서 흘러나온 듯한) 기름 냄새는 났지만 화약 냄새는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 중령은 “이후 부상자까지 합심해 구명보트, 줄, 로프, 소화호스를 이용해 생존자를 구조했다”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 중령은 "배가 기울어져서 책상에 깔려 있다가 승조장병들이 망치로 문을 열어줘서 겨우 나올 수 있었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최 중령이 브리핑 도중 “함장실에서 위로 올라와 보니 이미 초계함의 선미 부분의 반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오열을 참지 못했다.

또 최 중령이 사고 원인에 대해 “폭발음이 들린 뒤 1~2초만에 선미가 가라앉은 것 같다”며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격분해 “네가 함장 맞냐? 함장이라면 죽더라도 모두 구해왔어야 할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

최 중령은 잠긴 목소리로 “살아 돌아와서 부끄럽다”며 “가족보다 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장병들이 한 명이라도 더 생존해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답했다. 최 중령은 장교들은 모두 구조되고 사병과 부사관들만 실종된 이유와 관련, "함장실과 전투상황실 지휘소가 배 앞에 위치해서 장교들만 살아남게 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중령은 사고 현장에서 승조원들을 찾기위한 수색작업에 참가한 뒤 2함대사령부로 돌아왔다.

이날 오후 5시58분쯤 최 중령이 브리핑을 마치고 연단을 내려가자 흥분한 실종자 가족들이 뒤를 따르려 하면서 군 장병과 가족들 사이에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해군은 27일 사고 해역에 특수잠수부대를 파견해 현장조사를 실시하려 했으나 파도가 높고 기상여건이 나빠 해저탐색 작업을 28일로 연기했다.

사고 당시 천안함에는 104명의 장병이 타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58명이 구조되고 46명은 실종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