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중국 관계에 특이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7개월 동안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북중 관계에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짐작을 하게 된다. 변화의 주도권은 중국이 쥐고 있다.
첫 조짐은 작년 8월 30일 발표된 중국의 '장길도(長吉圖) 개발계획'이다. 장춘(長春)~연길(延吉)~도문(圖們)을 잇는 이 계획은 두만강 하류 지역을 국제적 산업단지로 키워 10년 후 역내 GDP를 4배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국무원이 비준한 이 '국가급' 개발계획에 중앙 정부의 돈이 투입될 예정이다. 게다가 이 지역은 중국이 외국과 국경을 접한 9개 지역 가운데 처음으로 개발된다.
작년 11월 16일 장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관계자는 "(장길도 계획은) 북한·러시아의 자원을 활용해 국경 개발의 선례를 만들고, 길림-요령-흑룡강성과 내몽고자치구까지 포함하는 동북지역의 국가역량을 증강해 조선족 지역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 계획이 단순히 낙후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것만이 아니라, 한반도 북부와 만주지역의 장기적 안정과 전략적 주도권을 겨냥한 '동진(東進)정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변경을 개발하는 경우 인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장길도 계획'은 동해쪽 항구를 가진 북한이나 러시아의 협조가 선결조건이다. 이런 점에서 작년 10월 초 원자바오 총리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300여명의 방문단에는 장핑 '발개위' 주임과 천더밍 상무부장 등 국가의 중요정책을 수립하는 인사들이 포함됐다. 장핑 주임이 속한 발개위는 '장길도 계획'을 면밀히 연구 검토한 기관이다. 이 방문에서 중국은 북한과 경제·기술 등 5개 분야의 협력에 서명하고, 제2 압록강대교 건설을 약속했다. 당시 양측이 '장길도 계획'의 협력문제를 논의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5달 뒤 이용희(李龍熙) 연변조선족자치주장은 놀라운 사실을 발표했다. 북한이 2008년 중국에 제공했던 나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10년간 연장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로써 두 나라가 장길도 개발계획과 연계된 '동해쪽 출로' 문제를 사전에 깊이 논의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중국 상품이 함경북도를 거쳐 나진항에서 중국배에 실려 세계로 팔려나가는 것은, 경제 문제를 뛰어넘어 동북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더구나 중국의 동진전략에 북한이 적극 호응했다는 것은 양국 관계에 본질적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킨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최근 북·중간에 중요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소원했던 관계를 복원하는 수준을 넘어 중대한 전환이 이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정상적 국가관계'가 '혈맹관계'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북·중 관계의 변화가 대미전략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윌리 램(Lam) 미 제임스타운 재단 연구원은 '차이나 브리프' 3월호에서 "중국이 미국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대북 지원 확대는 미국에 대한 반발"이라고 했다. 한반도 북쪽에 회오리가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