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모나리자' 누란 미라 4000년 비밀 풀었다

    입력 : 2010.03.19 03:14

    동·서 교류 활발했던 타림분지 사막도시서 발견
    유전자 분석 결과 동·서양의 혼혈로 드러나

    실크로드 위 해발 1000m의 타림 분지 동부, 1600여년 전 호수가 말라붙어 생긴 타클라마칸 사막의 작은 도시 샤오허(小河)에서 1934년 167구의 미라가 발견됐다. 시신들은 바이킹족 풍습처럼 배에 담긴 상태로 묻혀 있었고 알프스 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알록달록한 옷이 입혀져 있었다. 서양인 같은 갈색 머리칼과 오뚝한 코를 지닌 이들의 정체는 이어지는 발굴 속에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다만 약 4000년 전 그 지역에서 번성했던 도시 누란의 이름을 따 '누란 미라'라고 불렸을 뿐이다.

    온갖 추측을 낳았던 이 누란 미라들은 최근 유전자 분석 기술의 도움으로 서양과 동양 혈통을 한몸에 지닌 혼혈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동·서 문명 교류가 활발했던 타림 분지의 혼혈 인종 존재 시기를 2000년 정도 앞당기며 한때 이 지역이 미국과 비슷한 '인종의 용광로'였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중국 지린(吉林)대학 고고유전자 연구팀이 샤오허 미라들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서양과 동양의 유전자를 모두 지닌 혼혈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의 생물학 저널 'BMC 바이올로지' 인터넷판에 지난달 게재됐다.

    타림분지 유적지에서 발견된 누란 미라.‘ 죽은 모나리자’로 불리는 이 미라는 머리털과 눈썹이 그대로 남아 있다.
    연구팀은 다섯 겹으로 쌓여 있는 누란 미라 중 가장 아래쪽에 있는 20구의 미라를 넘겨받아 Y염색체 DNA와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했다. Y염색체 DNA는 아버지한테서만, 미토콘드리아 DNA는 어머니한테서만 유전되기 때문에 고대 인류의 계통을 분류하는 데 흔히 활용된다. 두 DNA는 죽은 세포나 아주 작은 시료에서도 추출할 수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들의 DNA에선 동·서양 혈통이 모두 발견됐으며, 이는 청동기 시대였던 4000년 전에 타림 분지에 동·서양의 혼혈이 흔했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다섯구의 남성 미라는 서유럽 혈통의 특성을 보여주는 Y염색체 DNA와 동유라시안 혈통의 특성을 보여주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모두 갖고 있으며, 이는 당시 이민족 간 결혼이 빈번했음을 시사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분석 대상이 된 모든 남성 미라는 현재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시베리아에서 주로 발견되는 유형의 Y염색체를 갖고 있었다. 이 염색체는 중국에서는 드물게 발견되는 염색체다. 이 때문에 누란 주민들이 중국 한족계였을 것이라는 일부 주장은 이번 연구 결과로 설득력을 잃게 됐다.

    중국 주류 민족인 한족과 소수 민족인 위구르족은 지금까지 누란 미라 를 서로 자신들의 혈통과 연관지으려 경쟁해왔다.


    ☞ 누란 미라

    1934년 스웨덴 고고학자 폴크 베르그만(Bergman)이 타클라마칸 사막을 끼고 있는 중국 타림분지의 샤오허(小河)에서 처음 발견했다. 이후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2000년 신장(新疆)고고학 연구소에 의해 위치가 재확인됐다. 서양인의 외모를 갖고 있는 미라들은 탄소연대측정 결과 청동기인 4000년 전쯤 이 지역에 살았던 이들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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