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벽해설 하일성·허구연의 '하하허허' 야구얘기

    입력 : 2010.03.19 03:18 | 수정 : 2010.03.19 10:03

    "허 위원은 내 인생의 은인"… "스타일 달라 서로 藥 됐죠"
    하 "야수들 절정인 두산, 올 프로야구 우승후보… 난 가수라면 이미자式"
    허 "KIA·두산도 있지만 부상 적은 삼성 눈길… 분석하는 해설이 제맛"

    "어, 너 언제 머리 볶았어?" "얼마 전에 그냥 했습니다." "야! 머리 하면 원래 난데. 그래도 멋있네. 잘했어." "고마워요. 형." 지난 16일 서울 잠실야구장. 만나자마자 선배인 하일성(61)씨의 '공격'이 시작됐다. 가발 광고 모델을 한 적이 있는 그는 2년 후배이지만 나이 지긋한 허구연(59) MBC해설위원의 퍼머 머리가 부러운 듯 '트집'을 잡았다.

    후배도 반격을 잊지 않았다. '야구 해설은 누가 먼저냐' 질문에 허구연씨는 "마이크 잡은 건 78년 동아방송 라디오 해설로 내가 먼저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자 79년 동양방송 TV로 데뷔한 하일성씨는 "내가 먼저인 줄 알았는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한국 야구 중계 해설의 '대명사'인 두 사람은 '30년 라이벌'이다. KBS와 MBC 두 방송사의 간판 해설자로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여왔다. 2006년 하일성씨가 KBO 사무총장이 되면서 잠시 '휴전' 중이었으나, 하씨가 지난주 케이블 채널 KBS N의 해설위원으로 위촉되면서 다시 전쟁에 돌입했다.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서로에게 마이크를 대주며 포즈를 취한 허구연(오른쪽)씨와 하일성씨. 두 사람 모두“혹시나 내 해설에 영향을 받을까 봐 다른 사람의 해설은 절대 듣지 않는다”고 했다. /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우승후보는 기아·두산

    두 사람에게 오는 27일 개막하는 올 프로야구 예상판도를 물어봤다. 하일성 위원은 "SK와 KIA, 두산은 무난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것"이라며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삼성·롯데·LG가 다투겠지만, 변수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 위원은 "두산은 김현수·이종욱·고영민·손시헌 등 주축 야수들이 올해 절정기를 맞을 것이고, 왼손 선발투수 이현승의 가세로 전력이 배가됐다"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다.

    허구연 위원은 두산·KIA와 함께 삼성이 3강(强)을 이루고 SK·롯데·LG가 중위권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허 위원은 "SK는 부상 선수가 많지만 그래도 4강은 갈 것"이라며 "롯데와 LG는 마운드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매년 똑같지만, 부상자가 적은 팀이 마지막에 웃는다. 삼성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하·허 위원 모두 이현승·이택근·장원삼 등 투타의 주축 선수들이 빠진 넥센과, 김태균·이범호일본으로 떠난 한화는 어려운 시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즌 초반 다른 팀들의 '먹이'가 되지 않도록 초반부터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은 특히 "한화는 당장 올해 성적을 걱정하지 말고 장기적인 팀 재건작업을 펼쳐야 한다"고 충고했고, "넥센은 의외로 강팀을 잡는 다크호스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라'는 아무나 되나

    야구계에서 두 사람은 '하 구라' '허 구라'로 불린다. '구라'는 말이 많다거나 거짓말을 뜻하는 속어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유명한 입심 때문에 야구인들은 이렇게 부르기를 좋아한다. 두 사람은 이 별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김인식 전 한화감독이 "아무나 '구라'로 부르느냐. 그만큼 말솜씨가 뛰어나다는 증거"라고 했다는 말을 전하자, 두 사람은 "그건 맞다"고 웃었다.

    하 위원은 "허구연 위원은 내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이라고 했다. "86년 이 친구가 청보 감독으로 가면서 해설을 그만두니까 그렇게 외롭더라고. 아마 내가 KBO 총장 되고 나서 이 친구도 많이 외로웠을 거야. 허 위원에게 지지 않으려고 야구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것이 30년 해설가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허 위원 역시 "우리 두 사람이 스타일이 서로 다른 해설을 하니까 팬들은 더 좋아했던 것 같다"며 "우리 이름을 모르는 야구팬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했다.

    스타일은 '이미자' vs. '패티김'

    하 위원은 "허 위원의 해설이 패티김 스타일이라면 제 해설은 이미자 스타일"이라고 했다. 허 위원의 해설이 야구의 깊이 있는 분석 위주라면, 하 위원의 해설은 대중의 궁금증을 쉽게 풀어주는 스타일이라는 얘기였다. "팬들은 투수가 다음에 던질 공, 감독이 펼칠 작전 같은 걸 예상해 주길 원하죠. 그런 게 해설을 맛깔스럽게 만든다고 생각하지요."

    허 위원은 "왜 그런 플레이가 나오는지, 투수는 왜 그런 공을 던지는지, 타자는 어떻게 홈런을 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을 논리적으로 풀어주는 게 해설자의 제일 덕목"이라고 했다. "해설은 말장난이 아닌 과학과 논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경기로 2006년 WBC 도쿄 라운드 결승전(하일성)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허구연)을 꼽은 두 '구라'는 "수많은 경기를 중계했지만 단 한 번도 100% 만족했던 해설은 없었다"고 했다. 올 시즌도 치열한 '구라 전쟁'이 예상된다.

    하일성은
    ▲1949년 2월 18일 서울생 ▲성동고·경희대에서 내야수로 활약 ▲환일고 체육교사 시절인 79년 TBC에서 야구해설 시작 ▲82년부터 KBS에서 해설 ▲2006년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

    허구연은
    ▲1951년 2월 25일 경남 진주생 ▲경남고·고려대·상업은행·한일은행에서 내야수로 활약 ▲78년 동아방송 라디오를 거쳐 82년 MBC 해설 ▲86년 청보 핀토스 감독 ▲2009년 KBO 실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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