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크타다 알사드르(al-Sadr·36)는 이라크 '반미자주'의 대명사다. 그에게 공식 직함은 없다. 급진 시아파 성직자지만 위계 상으로도 중간밖에 안 된다. 하지만 대중적 영향력은 최상급이다. 미군은 걸핏하면 반미투쟁을 선동하는 그가 시야에서 사라져 주기를 바랐다. 그런 그가 지난 7일 실시된 총선을 계기로 정국에 태풍의 눈으로 다시 떠올랐다. 이번엔 총 대신 투표로 부활한 셈이다.

16일 발표된 전체 투표 80% 집계 결과, 알사드르계는 의회 325석 중 40석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사드르계가 이라크이슬람최고회의(ISCI)와 손잡고 결성한 이라크국민동맹(INA)이 67석으로 정당 순위 3위를 달리는 중에 알사드르계가 선전하면서 INA의 주도권도 장악할 공산이 커졌다. 독자적인 의석 수로도 2005년 총선 때 킹메이커 역할을 한 쿠르드계(38석)와 비슷한 규모다. 정당 선두권은 알말리키(al-Maliki) 총리의 법치국가연합과 알라위(Allawi) 전 총리의 이라키야가 각각 87석으로 다툼을 벌이는 양상이다. 나머지 20% 개표가 남았지만 향후 연정(聯政) 구성 과정에서 알사드르계가 최대 변수로 떠오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정작 주역인 알사드르는 현재 이란에 있다. '아야톨라'(종교지도자)가 되기 위해 못다한 공부를 하는 중이다. 원격조종으로 '킹메이커'까지 넘보게 된 그도 한때는 열혈 청년 투쟁가에 지나지 않았다. 땅딸막한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열변은 침착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6일 테헤란에서 가진 기자회견 때는 예전과 달랐다. 턱수염은 희끗희끗해졌고 입에서는 고상한 아랍어가 또박또박 이어졌다. "이것(총선)은 점령자를 몰아내고 이라크 해방으로 향하는 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투표 독려의 메시지였다.

그의 힘은 이라크 최고 명망가문의 배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부친과 숙부 모두 시아파 최고 성직자인 그랜드 아야톨라 칭호를 받은 거물이다. 둘다 사담 후세인(Hussein) 치하에서 살해되면서 '순교자 집안'의 아우라까지 더해졌다. 20대 신학도였던 후손은 부친의 영향력과 조직을 물려받았다. 미 군정기 시아파 이슬람 최고 지도자인 그랜드 아야톨라 알시스타니(al-Sistani)가 타협 노선을 지향한 데 반해 그는 반외세 무장투쟁을 이끌며 주목받았다. 그 뒤 휴전과 투쟁을 반복하던 끝에 2008년 미군 증강에 힘입은 이라크군에 힘이 꺾였다. 대신 제도권 진입을 꾀하면서 2008년 지방선거를 통해 부활의 걸음을 시작했다.

다급해진 것은 총선 승리를 자신했던 알말리키 정부다. 알사드르는 한때 알말리키를 지원했지만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적대 관계로 변했다. 미군도 불안하다. 알사드르는 평소 '외세 배격'과 '시아파 이슬람 민주주의 수립'을 외쳤다. 일각에선 같은 시아파인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