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사훈(社訓)은 '딱딱'… 요즘은 '톡톡'

    입력 : 2010.03.17 03:06

    인화·단결 등 무거움 탈피… 유행 따라 재미있게 바꿔
    일부는 인기 촬영 장소… "외부 이미지 향상 효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는 행인(行人)의 눈길을 붙잡는 통닭집이 있다. 꼬챙이에 꿰어져 돌아가는 통닭 때문이 아니다. 시선이 꽂히는 건, 출입구에 걸린 사훈(社訓). 한 줄의 사훈은 경고(?)한다. '사장이 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한창이던 2008년, 금천구 시흥동의 미국 쇠고기 직판장 '에이미트'는 벽에다 사훈을 써 붙였다.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승강이를 벌인 후였다. 지금도 정육점의 벽은 외치고 있다. '알아서 하자'.

    신입사원의 달인 3월, 여러 기업이 사훈 전수에 분주하다. 대대로 일관된 사훈을 전하는 기업도 많지만, 해마다 새롭게 정비하는 기업도 있다. 수십 년 전에 설립된 기업은 공공의 가치를 위해 헌신하자는 뜻에서 '인류'와 '인화(人和)'를 넣는 경우가 많았다. 1919년 설립된 경성방직주식회사(현 주식회사 경방)는 '인화(人和)로 단결(團結)하고 창의(創意)로 공부(工夫)하여 책임(責任)을 여행(勵行)하자'를 기치로 내세웠다.

    ‘사장이 보고 있다’는‘사훈’으로 유명해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통닭집. 지난 14일 통닭집 직원은“손님들도 보고 즐거우라고 사장님이 내건 사훈”이라고 말했다. /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그러나 최근 출범한 기업은 집단보다 개인의 역량과 행복을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신생 출판사 프런티어(편집장 박윤조)는 '나는 누군가의 행복이다'를 사훈으로 걸었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직원들 각자가 독자에게도 행복을 전하자는 취지다. 여행사 노매드 미디어&트래블의 사훈은 '내가 행복해야 좋은 회사다'. 프리미엄 인테리어 자재 브랜드인 LG하우시스는 '행복한 변화(Happy change)'를 채택했다. 주류업체 디아지오 코리아는 '인생을 찬미하라! 언제 어디서든(Celebrate life! Everyday, Everywhere)'이라고 주장한다.

    매년 사훈을 다듬는 W서울워커힐호텔을 보면 사훈도 유행을 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기침체기 2008년에는 'Show me the money'(내게 돈을 보여줘)를 채택했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스포츠 에이전트인 주인공에게 미식 축구선수가 외치던 말이다. 올해는 'Now or Never'(지금 아니면 안 된다)라는 각오로 무장했다.

    기업의 목표를 한 단어로 단순 명료하게 제시한 경우도 있다. 음반사 유니버설뮤직의 사훈은 '히트(Hit)'. 온라인 전용 화장품 쏘내추럴은 순간(실시간 주문)에 충실하자는 뜻에서 '집중'을 쓴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조직은 한계나 불가능을 거부하는 도전 정신을 부각한다. 아디다스는 '불가능한 것은 없다(Impossible is Nothing)'를, 후지쓰는 '가능성은 무한하다(The possibilities are infinite)'를 외친다. 미국국가안전보장국(NSA)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 불가능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일일뿐(Anything is possible, the impossible just takes longer)'이라는 철학으로 움직인다.

    기본적인 인간성을 강조하는 사훈도 꾸준하다. 빅뱅·2NE1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먼저 인간이 되자'고 강조한다. 피자 배달업체인 미스터 피자는 '신발을 정리하자'는 사훈으로 유명하다. 직원 공모를 통해 지난해부터 채택한 사훈으로, 배달원이 고객 가정의 신발까지 정리해주고 나오는 서비스 정신을 갖추자는 정신에서 시작됐다고 업체측은 설명했다.

    직원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사훈으로는 유니레버 코리아의 'We stand for Success'(우리가 곧 성공이다)가 꼽힌다. JW메리어트호텔은 직원이 즐거워야 손님에게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뜻으로 '직원을 잘 보살펴라'를 사훈으로 걸었다.

    사훈이 사내의 가치로만 인식됐던 건 옛날 얘기. 잘 만든 사훈은 어지간한 '광고'보다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사장이 보고 있다'를 내건 통닭집은 블로거들의 인기 촬영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두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훈은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을 때, 장단점이 뚜렷한 경쟁 안을 선택할 때 방향타가 된다"며 "직원의 자긍심을 강화하고 외부 이미지를 고양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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