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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창간 90주년 특집] [2030 미래를 가다] [3] 나홀로 만든 국가, 사고 팔고 대여한다

  • 글·사진/ 런던=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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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03.16 02:40

    세계미래학회 전망으로 본 지구촌 모습
    "내가 총리로소이다"
    나만의 국가 세우고 내 생각대로 운영…
    인구 7명 마이크로네이션 '오스티네시아'
    초소형국가 전세계 120여개, 자기 얼굴 넣어 화폐 발행도… 매립기술 발달로 급증할 듯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특집] [2030 미래를 가다] [3] 나홀로 만든 국가, 사고 팔고 대여한다

    지난달 23일 오후 영국 런던 시내에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찾아간 서레이 그린 라이더 지역 주택가. 아담한 집 현관문이 열리자 손등을 덮을 정도의 큰 양복에 넥타이를 맨 소년 한 명이 기자를 맞았다.

    "제가 이 나라 총리입니다. 오스티네시아(Empire of Austenasia)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가 바로 전체 국민 7명으로 이뤄진 초소형국민체(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 오스티네시아를 만든 조나단 오스틴(15·Jonathan Austen· 스탠리파크 고교 10학년) 총리였다. 양복이 커 보인다고 묻자 "아빠한테 얻은 것"이라며 총리 공식 예복이라고 답했다.

    조나단은 이 나라 왕자이자 총리, 내무, 외무, 환경부 장관, 군 사령관까지 맡고 있다. 2008년 9월 조나단이 나라를 세운 후 최근까지 왕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이제 그만하겠다"며, 왕위를 친구 에스몬드에게 물려주었다. 왕자이면서 왕위를 승계하지 않고 계속 총리만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영국처럼 "왕은 상징적인 존재고 정치적 실권은 총리에게 있으며, 3년이 임기"라고 했다. 오스티네시아라는 이름은 그의 성(姓)인 오스틴에서 따온 것.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몰로시아공화국은 1999년 이곳에 사는 케빈 보가 스스로 대통령이라고 독립을 선언한 초소형국민체다. 자신의 아들과 함께 2명으로 이뤄진 군대를 조직하고 사전에 허가받은 자에 한해 관광을 허락하고 있다. 화폐에 자신의 얼굴을 새겨 기념품으로 팔기도 한다.

    현재 몰로시아나 오스티네시아처럼 초소형국민체로 등록한 나라는 전 세계에 120여 개. 이들 중 원조는 1967년에 생긴 시랜드(Sealand)라고 할 수 있다. 시랜드는 영국 서퍽주 해안 10km 지점 영해 밖에 위치한 166평짜리 인공구조물로, 제2차 세계 대전때 영국군이 건설한 해상 벙커였으나 전쟁 후 방치하던 것을 영국 소령 출신이던 패디 로이 베이츠가 점령하면서 스스로 로이 1세라고 이름 짓고 '시랜드'라 하며 독립을 선포했다.

    
	마이크로네이션 오스티네시아 조나단 오스틴 총리가 이 나라 수도이자 자기 집인 라이더영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복은 아빠에게 얻은 것이고 왕관은 리본으로 만들었으며 지휘봉은 철물점에서 샀다. / 런던=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마이크로네이션 오스티네시아 조나단 오스틴 총리가 이 나라 수도이자 자기 집인 라이더영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복은 아빠에게 얻은 것이고 왕관은 리본으로 만들었으며 지휘봉은 철물점에서 샀다. / 런던=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영국 정부는 재판을 걸어 시랜드를 불법으로 규정하려 했지만 1968년 11월 영국 법정은 영해 밖에 존재하는 시랜드에 대해 영국 법령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에 그들은 정부가 독립을 인정한 것으로 주장하며 자체적인 화폐와 우표, 여권, 축구팀까지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노후된 발전기에서 발생한 화재로 시랜드 인구 10명이 모두 섬을 빠져나가 국토가 황폐화되기도 했다.

    열다섯 살 소년이 총리인 오스티네시아에는 현재 세 곳의 영토가 있다. 시민 공원이라 부르는 뒷마당이 있는 자기 집을 이 나라 수도로 정하고 나머지 두 곳 역시 친구들 집이다. 차로 가면 10분 거리에 사는 학교 친구가 이 나라의 경찰청장과 국방부 장관을 겸하고 있다. 얼마 전 TV 개그 프로그램에 나왔던 세 명으로 구성된 섬나라 초미니 국가 '뿌레땅뿌르국'을 현실에서 재현하는 것 같았다.

    주위에서 혹시 비웃지 않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는 오히려 학교 친구나 선생님들이 자신에게 부럽다며 응원해주었다고 자랑했다. 커피를 내오는 엄마에게 아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 관해서 어떠냐고 물었다. 엄마는 "애가 좋아서 하는데 내가 말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자신을 포함한 가족 네 명과 친구 셋을 합쳐서 총 7명이 전체 국민이지만, 새해 첫날이 되면 민주적 절차에 의해 회의를 거쳐 대표를 정하고, 법률과 정부 부처까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도대체 이곳을 누가 나라로 인정했는지를 물었다. 그는 수차례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와 내무부, 국회에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은 한번도 오지 않았다며, 대신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으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현재 외국의 다른 3개의 초소형 국민체들과 공식 문서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나라로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특집] [2030 미래를 가다] [3] 나홀로 만든 국가, 사고 팔고 대여한다
    장래에 정치가가 되고 싶다는 그는 힘센 사람이 통치하며 억압하는 국가보다 서로 인정하며 어울려 사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인 국가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 여러 분야를 따로 찾아가며 공부한다고 했다. 또 내무, 외교, 환경 등등 백열세 개 항목인 오스티나시아의 법령을 기존 법조문을 참고해서 모두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년 전 처음 몰로시아 공화국이 소개된 신문 기사를 보고 자신의 나라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엔을 비롯한 어느 나라도 초소형 국민체를 국가로 인정한 사례는 없다. 런던대학교 킹스컬리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니콜라스 말레브스키씨(30)는 "세금이나 이민 관리만 해도 중앙 정부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얼마인데 과연 어느 정부가 개인이 선포한 초소형 국민체들의 주권을 인정하겠나"라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미래학자들은 바다를 메우는 기술이 진보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수많은 초소형국민체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미래학 연구단체 다빈치연구소 소장인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는 "과거 국가의 개념은 단일 지역 내에서 자체 법과 정부로 구성되어 그 틀 안에서 따라가는 것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10년 내에 새로운 초소형국민체들은 전혀 새로운 정치적 실험들을 시도할 것이라며, 그것은 기업이 운영하는 국가, 종교 국가, 면세(免稅) 국가, 단일 기능 국가, 심지어 임대하는 국가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대부분 사람들이 현재 초소형 국민체들을 '별난 취미가 있는 사람들의 별난 짓' 정도로 여기지만, 생각해보자. 불과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영국의 소수 기독교인들은 그보다 더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를 건넜으며, 이들의 목표는 자신들의 믿음과 자치를 실험하기 위한 새로운 이주였던 것을. 그리고 그 여정은 오늘날 현대 민주주의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석간 신문에는 영국 브라운 총리가 직원들을 폭행하는 습관이 있다는 전직 직원의 폭로 기사가 톱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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