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정책고문을 지냈던 재미동포 박선근(67)씨가 2012년부터 실시될 재외국민 선거를 앞두고 "벌써 미국 교민 신문에 한국 정치 얘기가 넘쳐나고 교민이 많은 지역에선 정당 지부까지 만든다며 어수선하다"는 걱정을 본지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헌법재판소가 2007년 "재외국민 투표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작년 2월 국회가 법을 만들고, 2012년 4월 국회의원 선거(비례대표)와 12월 대통령 선거부터 280여만명의 재외국민이 투표를 하게 된다. 39만표(1997년), 57만표(2002년) 차이로 승부가 갈렸던 과거 대선을 생각하면 그 정치적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벌써부터 동포사회엔 '○○협의회' '××연합회' 같은 정치 단체들이 등장하고, 한인회 등 공식단체에서도 정치색에 따라 파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한다. "재외동포 몫으로 국회의원 5자리를 보장하라"는 요구가 나오는가 하면, 정치권 주변에는 "내가 몇만표를 모아주겠다"며 비례대표 자리를 요구하는 인사들도 등장했다. 정당이나 차기(次期)를 염두에 두고 있는 정치인들은 '공약(空約)'과 조직 확장으로 과열(過熱)을 부추기고 있다.

동포 사회가 이렇게 선거판에 휘둘리다간 한인 공동체 자체가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다. 한인회 등 공식단체 임원들부터 정치적 중립을 선언해야 한다. "교민들이 국내 정치에 관심을 갖고 한국 정치인들이 이를 부추기면 (동포들의) 미국 사회 주류(主流) 편입은 더 힘들어진다"는 박선근씨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관련 예산이 작년 2억원, 올해 17억원에 불과해 이런 교민 사회의 이상(異常) 과열 현상을 그냥 구경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지 공관에 임시 선거관리사무소와 투표장을 설치할 수 있게 해야 하며, 교민 10만명 이상 공관에는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등의 응급책이라도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방안까지 포함해 어떻게든 재외국민들이 어렵게 얻은 투표권을 공정하고 깨끗하게 행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