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빌딩 관리 용역회사 GBM을 운영하는 박선근(67·Sunny K.Park) 대표.

"재미교포들이 미국에 뿌리를 내리도록 도와주세요. 재외국민 투표는 이걸 방해할 뿐입니다."

미국에서 빌딩 관리 용역회사 GBM을 운영하는 박선근(67·Sunny K.Park) 대표는 내년부터 재외국민이 총선과 대선에서 투표할 수 있게 법을 고친 것에 불만이 많았다. 1974년 단돈 200달러를 들고 미국에 건너가 현재 직원이 약 3500명인 회사를 운영하는 박 대표는 14일 "한국인이 미국에서 인정받고 주류(主流)에 편입되려면 미국에 더욱 관심을 갖고 미국 사회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자꾸 국내 정치에 관심을 갖고 한국 정치인들이 이를 부추기면 미국 사회와의 융합은 더욱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 이후 벌써 미국 교민 신문에선 한국 정치 얘기가 넘쳐나고 뉴욕과 LA·시카고 등 교민이 많은 지역에선 정당 지부까지 만든다고 어수선하다는 것이 박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한국에서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 선거한다고 벽보 붙이고 선거운동하고 다니면 우리 눈에 어떻게 보이겠느냐"며 "지금 한국 정치인들이 미국에서 하는 건 이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2012년부터 재외국민들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들 표를 얻기 위해 해외에 당 지부를 만든다는 구상 속에 '표 관리'에 들어갔다.

미주한인회 총연합회장을 지낸 박 대표는 한인회 간부 출신의 정치인 A, B씨를 거명하면서 "이들은 결국 한국에서 정치하려고 교포사회를 이용했을 뿐"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교포사회가 지역·학연 등으로 이미 많이 갈라졌는데 국내 정치가 여기 가세하면 분열을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0년 좋은이웃되기운동 본부를 만들어 한국인 등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현지화에 힘쓰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 때는 백악관 정책고문을 지냈고, 2004년과 2008년 대선 때는 공화당 선거인단에 선출됐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왕십리가 있는 서울 성동구청과 미국 조지아주 캅 카운티의 자매결연 행사를 위해 지난 10일 방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