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1일 오후 브리핑에서 법정 스님의 입적과 관련된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을 전하며 "(이 대통령이) 스님의 저서 중 '무소유' 같은 경우는 여러 번 읽으셨고, '조화로운 삶'에 대해서도 2007년 말 추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화로운 삶’을 추천한 사유를 찾아보니 ‘산중에 생활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감성과 깊은 사색을 편안한 언어로 쓰셔서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되어 있다”고 했다.
문제는 법정 스님이 ‘조화로운 삶’이라는 책을 쓴 적이 없다는 것. 대신 산문집을 ‘조화로운 삶’이라는 출판사에서 낸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은 12일 “도대체 출판사를 감명 깊게 읽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관련 글을 퍼나르고 있다.
청와대 비서진이 소개한 대목은 2007년 말 한 인터넷 서점이 당시 대선주자들에게서 추천 도서목록을 받아 소개한 자료다.
당시 인터넷 서점이 낸 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롭게’라는 책을 추천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추천사유에 이렇게 썼다. “저는 1976년에 출간된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참 좋아해서 여러 번 읽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스님께서 책을 여러 권 내셨지만, 솔직히 꼼꼼히 읽어보지를 못했습니다. 마침 2006년에 법정 스님께서 출가 50년을 맞아 직접 가려 뽑은 산문 50편을 엮어서 ‘맑고 향기롭게’라는 책을 내셨기에 찬찬히 읽었습니다. 법정 스님께서 산중 생활을 하시는 중에 느끼는 소소한 감정들과 깊은 사색이 편안한 언어로 쓰여져 있어서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대통령이 추천한 ‘맑고 향기롭게’라는 책을 펴낸 출판사가 바로 ‘조화로운 삶’이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비서진의 실수로, 이 대통령은 졸지에 '출판사'를 읽은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