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대구 세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유치(2007년 3월 결정) 이후 3년간 계속된 '트랙 전쟁'의 승자가 결정된다. 대구시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8일 세계선수권 주 경기장인 대구 스타디움과 보조 경기장의 400m 육상 트랙 조성공사를 놓고 폴리우레탄 시공사(코오롱)와 탄성고무 시트 시공사(에스콰이아 건설·이탈리아 몬도 제품 시공)로부터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받았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9명의 평가 심사위원단은 이날 탄성고무 시트 쪽에 좋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한쪽으로 결론이 날 경우 그동안 폴리우레탄과 탄성고무 시트가 벌인 치열한 대결도 끝나게 되고, 한국 대표선수들도 새로 조성되는 트랙에 맞춰 대회를 준비하게 된다.

트랙 전쟁 마무리

400m 육상트랙은 세계선수권대회 각종 시설 중에서도 기록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폴리우레탄 트랙은 연질·반(半) 경질 우레탄 등 다단계의 액체 합성 재료를 지면 위에 부어 만드는 것으로,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는 과정과 비슷하게 트랙을 제작한다. 현재 대구 스타디움과 1988년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의 트랙이 폴리우레탄으로 시공됐다. 한편 탄성고무 시트 시공은 이미 만들어진 트랙 제품을 지면에 부착시키는 방식이다. 카펫을 까는 작업을 연상하면 된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두 방식을 모두 인정한다. 그러나 두 트랙의 성격은 다르다. 탄성고무 시트는 폴리우레탄보다 두께가 얇고 딱딱하다. 따라서 순간적인 추진력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00~400m 등 폭발적인 스피드가 필요한 단거리에 유리하다는 것이 육상계의 통설이다. 반면 폴리우레탄 방식은 쿠션이 상대적으로 좋아 선수 보호와 중·장거리에 유리한 것으로 육상계는 보고 있다. 따라서 평가심사단이 탄성고무 시트 쪽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것은 '단거리 기록 단축'과 '중장거리 기록 향상' 가운데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단거리 쪽에 비중을 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초 대구시와 조직위측은 지난해 상반기에 트랙 재질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 결정을 미뤄 왔다.

선수 훈련 양상에도 영향

트랙의 성격은 선수들의 훈련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 선수들이 쓰는 스파이크부터 달라진다. 우레탄 트랙은 상대적으로 두께가 두껍고 표면이 무르기 때문에 긴 스파이크를 쓴다. 반면 탄성고무 시트 트랙에서는 육상화의 스파이크가 짧아진다. 트랙이 비교적 단단하기 때문에 스파이크가 길어지면 발을 뗄 때 오히려 저항이 강해져 기록에 불리하다고 한다.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해당 대회의 트랙 재질과 같은 곳을 찾아 훈련하므로, 대구 주 경기장의 트랙 결정은 전 세계 육상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구는 이날 결론을 9일 조달청에 통보할 예정이며, 곧바로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대회 조직위 문동후 부위원장은 "새 트랙은 올해 9~10월에 완공될 예정"이라며 "한국 대표 선수들도 새 트랙에서 본격적인 적응 훈련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