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나라 빈곤층 가구가 305만8000가구를 기록해 처음으로 3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전체 1692만 가구의 18.1%에 이른다. 우리의 빈곤층 가구는 작년 한 해에만 13만4725가구 늘었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7만2000개나 줄어서라고 한다.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있는 중위(中位) 소득의 50% 미만을 빈곤층, 50~150% 미만을 중산층, 150% 이상을 고소득층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 빈곤층 비율은 2006년 16.7%, 2007년 17.4%, 2008년 17.5%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복지 지원을 포함한 가(可)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따진 빈곤층 비율도 15%에 이르러 OECD 평균 12%보다 높다. 중산층 비중도 2006년 60.8%에서 작년 58.7%로 줄었다.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산층이 무너져 빈곤층으로 내려앉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최근 특징 중의 하나는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장을 주도하는 분야가 사람을 많이 쓰는 서비스산업이 아니라 인력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자동화(自動化)를 특징으로 하는 제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늘 이만한 자유민주주의를 누리고 우리 경제가 내부 갈등으로 와해되지 않는 충격 흡수장치를 갖게 된 핵심 요인은 70~90년대에 걸쳐 꾸준히 성장한 튼튼한 중산층 덕분이다. 같은 논리로 중산층 감소와 붕괴 그리고 빈곤층 확대는 머지않은 장래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기반을 흔들게 된다. 이 사태 앞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라고 내세워 보았자 무의미한 일이다. 형식적인 '기회의 평등'이 실질적인 '결과의 불평등'을 키우고, 그것이 '기회의 평등'까지 위태롭게 만들어 버리면 자유민주주의가 뿌리부터 잘려나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범죄 분석' 보고서에서 생활수준별 형법범(刑法犯) 비율이 상류층 0.6%, 중류층 21.4%인 데 비해 하류층은 43.9%나 된다고 분석했다. 소년 범죄자의 경우 하류층 가정 자녀가 62%를 차지한다. 그래서 빈곤층 문제는 사회적 불평등의 상속 통로가 교육 격차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경제논리만이 아닌 '사회 보호'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난한 많은 사람을 보호해줄 수 없는 사회는 결국은 소수의 부유한 사람도 보호해주지 못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계층의 차이를 떠나 빈곤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함께 눈을 떠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