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지진, 한국 와인시장 강타

    입력 : 2010.03.05 03:20

    양조장 붕괴로 생산중단 국내價 30~40% 오를듯

    "아버지와 제가 20년 동안 쌓아온 노력이 단 5분 만에…(무너졌어요)."

    칠레 와인 제조업자 다니엘라 히모레씨는 충격과 슬픔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히모레씨는 지난달 27일 발생한 칠레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에 마을 전체가 휩쓸린 콘스티투시온(Constitucion) 인근에 와이너리(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를 갖고 있다. 대지진은 15만L(리터)의 와인이 들어 있던 히모레씨의 와인저장 탱크를 부숴 와인이 모두 땅으로 샜다. 히모레씨는 "전화도 끊긴 상태"라며 "지진 후 이틀 만에 사무실을 열기는 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발생한 대지진으로 칠레 와인의 생산이 상당 부분 중단됐다.

    이로 인해 칠레산 중저가 와인 수입이 줄어들면서 국내 와인가격도 많게는 30~40%까지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칠레 와인협회는 3일(현지시각) "지진 피해 1차 조사 결과 와인저장 탱크의 약 20%가 부서졌고, 수백만 리터의 와인이 새어나가 최대 6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칠레 와인은 95%가 수도 산티아고를 중심으로 한 칠레 중·남부지방에서 생산된다. 이는 대지진의 가장 큰 피해를 본 곳과 정확하게 겹친다.

    칠레 와인협회에 따르면 대부분의 와이너리가 지진으로 전기가 끊겨 양조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도로가 파괴돼 물류도 마비된 상태다. 포도밭이 훼손된 곳은 정확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와이너리 일꾼들의 집도 대부분 무너졌다.

    칠레 최대의 와인 생산업체인 콘차이 토로(Conchay Toro)는 "이번 지진으로 올해 약 8%의 와인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피해복구를 위해 일주일간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칠레 와인 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국내에 들어오는 칠레 와인 가격도 상승할 전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칠레 간 FTA(자유무역협정)가 타결된 2003년 6.5%에 불과했던 칠레산 와인 수입액의 국내 시장 비중은 2008년 17.8%로 증가, 프랑스(39.5%)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와인 수입업체들은 칠레 현지 와이너리 관계자와 긴급히 연락을 취하며 현지 상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칠레산 와인 '몬테스 알파' 수입사 나라식품 관계자는 "칠레는 전기·도로 등 와인 생산에 필요한 인프라가 상당 부분 훼손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와인 수입업체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칠레산 와인의 재고가 남아 있어 큰 문제가 없지만 재고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5~6월부터는 소비자 가격이 30~40% 정도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지진의 진앙이 고급 와인보다는 중저가 와인 생산지가 많아, 국내 대형마트에서 많이 팔리는 5만원대 이하 중저가 와인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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