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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umn

[아침논단] 한국 브랜드엔 충성할 미국인 있나

  • 이민진 재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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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03.04 22:23 | 수정 : 2010.03.04 22:46

    
	이민진 재미작가
    이민진 재미작가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은 나와 언니, 여동생에게 집 밖에 나가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가족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일곱 살 꼬마 여자아이에겐 너무 과한 책임이었지만 덕분에 일찍부터 국가 브랜드에 대해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한국계 미국 시민인 나의 브랜드는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와 강력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일본인들과 일본 정부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에 정신이 나가 있을 정도다. 이 사건은 일본에 대해 재정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손실을 주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 나는 역설(逆說)적으로 브랜드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한 번 '위대한 브랜드'로 인식되면 별 볼일 없는 브랜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만나는 것이다.

    도요타자동차 공장이 자리한 미국 켄터키주 조지타운의 조지 러스비(Lusby) 판사가 뉴욕타임스에 "도요타의 과거가 미래를 보살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브랜드 파워에 대해 매우 중요한 시사점(示唆點)을 던진다. 조지타운의 사업가 제니 그루초(Gruchow)는 "그런 일은 다른 회사에서도 일어난다. 도요타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끔찍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두 남부(南部)인은 널리 이름난 도요타의 품질 이미지를 앞세워 여론 유도(誘導·spin control)를 벌였다.

    조지타운은 주민 2만5000명의 작은 마을인데, 이 마을 주민 상당수가 도요타자동차에서 일하고 있다. 도요타 덕에 먹고사는 지역 주민으로서 러스비 판사나 그루초씨는 분명 자기 이해(利害)가 달린 발언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시민이며 영향력 있는 지역 지도자들인 이들이 도요타 리콜 사태를 지지(支持)하는 발언을 한 것은 미국인들이 외국 회사에 대한 충성과 신뢰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미국 자동차 사태 때는 보기 어려웠던 현상이다. 지난해 GM과 크라이슬러가 도마 위의 생선처럼 난도질당했을 때, 나는 미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그 브랜드에 대해 충성을 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브랜드 전쟁에서 패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브랜드 파워는 어떤가. 지난해 한국은 2008년도 전 세계 국가 브랜드 순위(Anholt-GfK Roper NBI)에서 중국·인도에도 뒤진 32위를 차지한 데 충격을 받아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했다. 1~3위는 독일-프랑스-영국 순으로 나타났고 전체 5위를 차지한 일본이 아시아에서는 최고의 국가 브랜드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나라로 중위권에 랭크된 것은 23위 싱가포르, 26위 인도, 27위 중국이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5위에 그쳤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가장 강력한 분야는 수출(export)로, 여기서는 15위로 훌쩍 뛰어오르지만, 정치·관광·문화유산·투자-이민 분야에서는 여전히 하위에 머물렀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지닌 약점은 이처럼 문화와 정치 분야에서 낮은 순위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는 분명 더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도요타 사태에서 보듯,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좋은 브랜드'가 아니라 엄청나게 특별히 좋은 브랜드다. 크나큰 실수, 추한 실수도 감당해낼 만한 그런 특별한 브랜드가 필요하다. 한국의 외피(外皮)는 해마다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더 생각해야 할 것은 한국의 국가 브랜드와 국제적 신용도가 그 외피를 따라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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