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20代 'G세대론' 對 '88만원 세대론'

  • 변희재 미디어워치 발행인

    입력 : 2010.03.01 22:41 | 수정 : 2010.03.01 23:07

    창의·개성·긍정의'G세대'와
    희망 없는 비정규직'88만원 세대'는
    모두 같은 20代… G세대 확산에 나서야

    변희재 미디어워치 발행인
    최근 80년대 후반에 태어난 현재의 20대 초반 세대(世代)를 대상으로 'G(글로벌)세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G세대는 국제사회에 나가 꿀릴 것 없는 세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준으로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에 따라 부모 세대의 집중적인 투자를 받아 디지털 능력으로 중무장한 세대, 각자의 개성을 살려 창의적인 일에 도전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 대부분이 이 세대여서 'G세대론'은 더 각광받고 있다. 이 'G세대론'은 20대의 다수가 월평균 88만원의 급여만 받는 비(非)정규직으로 전락할 것이라 경고한 좌파 진영의 '88만원 세대론'과 명확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20대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G세대론'은 현실에서는 몇 가지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6월 전경련의 조사결과 취업과 학업 자체를 포기한 15세 이상 29세 이하의 청년인구가 무려 113만명으로서 공식적 청년실업자인 약 30만명의 세 배를 넘어섰다. 또 지난해 8월 한 구직 사이트의 조사결과 20대의 47.2%가 현재 뚜렷한 목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5년 후 당신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있습니까'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의 65.4%가 '잘 모르거나 없다'고 답했다.

    이런 20대 그리고 30대는 현 정부에 대해서도 가장 비판적이다. 올 2월 한 인터넷 신문사의 이명박 정부 지지도 조사에서 '잘한다'는 응답은 60대 이상이 61.6%, 50대가 55.2%였으나 20대와 30대는 40.4%, 28.8%를 기록해 평균(44.5%)보다 낮았다. 이에 반해 '못한다'는 의견은 30대가 64%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53%로 뒤를 따랐다. 그 어떤 통계를 보더라도 20대와 30대는 현 시점에서 전 세대 중에서 가장 강력한 체제 불만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 저항의 386세대와 확연히 다르다는 20대들도 가장 존경하는 국가 지도자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청년세대론이 처음으로 대중적으로 확산된 시기는 1992년의 신(新)세대론부터였다. 1992년은 동구권의 몰락, 문민(文民)정부의 탄생, PC통신의 대중화, 서태지의 등장이 있은 시기였다. 이 시기의 신세대론은 '윗세대와 달리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G세대론'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신세대론은 신세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386세대들이 이념에 따라 각각 정치적·상업적 목적으로 유포시켰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분명했다. 신좌파 386세력은 80년대식 정치 중심의 투쟁을 넘어 미디어와 문화의 영역에서 전방위 투쟁을 벌이겠다는 목적으로 신세대론을 띄웠고, 이미 기업에 진출한 386세대들은 소비능력이 크게 신장된 신세대들에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바로 이들 신세대의 대표주자였던 서태지에 대해 지금까지도 그가 문화투쟁의 전사(戰士)였는지, 상업주의의 화신(化身)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멈추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신세대론의 두 가지 역사적 맥락 탓이다. 즉 서로 저 멀리 떨어져 보이는 '88만원세대론'과 'G세대론'은 사실 두 가지 흐름의 신세대론을 각각 따로 승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88만원세대론'이 사회구조를 중시하며 여전히 저항을 강조하는 반면 'G세대론'은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며 "너는 할 수 있다"고 외치는 것이다.

    청년세대론이 개인 능력만을 보고 사회구조의 문제를 보지 못하면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88만원세대론'은 "우리가 신자유주의 정부를 전복시켜 좌파 정권을 수립해줄 테니 너희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과 촛불을 들라"는 준비된 실천의 지침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세대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고 그것이 무엇 때문에 안 되는지를 파악하지 못하면 'G세대론'은 '88만원세대론'을 넘어설 수 없다. 90년대 내내 그토록 창의력과 상상력이 뛰어나다며 극찬을 받았던 신세대, 즉 지금의 30대들이 변변한 사회적 리더 한 명 배출하지 못한 채 사회 불만세력이 돼버린 전례(前例)를 보면 실천이 따르지 않는 'G세대'의 미래도 뻔히 보이는 게 아닐까.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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