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이 재미있어 고2 때 뒤늦게 공부

    입력 : 2010.02.22 03:29

    꼴찌에서 인정받는 과학자로… 카이스트 황성재

    "성적은 자신의 가능성을 측정하는 수많은 잣대 중 하나일 뿐이에요. 성적이 전부는 아니죠. 성적이 낮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자학을 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를 보고 있느냐거든요. 원하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해요. 목표를 세웠으면 한 눈 팔지 않고 그것을 향해 매진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특허청의 대학 IP(지식재산) 공모전에서 최고상인 '올해의 IP상'을 수상한 황성재(28)씨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부터 건넸다. 그는 지난해 카이스트 석사과정 재학 당시 '멀티터치 기반의 한글 입력 장치와 그 방법'이란 주제로 소위 휴대폰의 한글 입력방식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발명을 해 강력한 특허권까지 만들어냈다. 굴지의 휴대폰 업체까지 놀라게 할 정도로 대단한 개발을 한 현재의 그와는 달리 고등학교까지의 성적은 최하위였단다. 어떤 계기가 그를 변화시킨 것일까.

    황성재씨./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뒤늦게 공부에 매진하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소위 공부와는 담을 쌓은 학생이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공부 이외에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 공부에 관심을 갖지 못했다는 것. 부산 양운고 재학 당시 그는 학교에서 연극반 활동을 하고 쉬는 시간마다 춤을 추는 활발한 학생이었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늘 학교를 뛰쳐나와 친구들과 무리지어 다녔다. 공부보다는 노는 데 중점을 두다 보니 자연히 성적은 최하위였다. 그의 성적표에는 '가'와 '양'이 대부분이었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불타는 열정을 쏟을 데가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있었죠. 연극 공연을 하고 춤추는 데 심취했어요. 주변에서 배우나 개그맨을 하라고 할 정도였어요. 단, 저는 어떤 것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말을 무조건 따르거나 단순하게 행동하지 않았어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지요. 예컨대, 좀 더 신선하게 연기를 하는 방법, 새로운 형태의 춤 등등. 늘 머릿속에는 뭔가를 창조하고 새로운 것을 갈구했던 것 같아요."

    고2 여름방학 때 그를 변화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왔다. 서울에서 열리는 특허청 주최 발명대회에 나가보자고 친구가 권유했던 것. 부산토박이로 서울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황씨에게 서울 구경을 할 수 있는 달콤한 권유로 들렸다. 그는 "평소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반드시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 특별한 건 아니지만 잡다한 발명 아이디어를 적은 노트를 정리해 제출했다"고 말했다.

    혹시나 하던 기대는 장려상 수상이라는 기쁨으로 돌아왔다. 그때 그는 자신의 가능성을 깨달았다. 그의 얘기다.

    "제가 그동안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쓸모 있음을 인정받는 순간 저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더불어 이런 아이디어를 살리고자 대학에 가서 전공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지요.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체화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어요"

    그때부터 그는 죽기살기로 공부에 매달렸다. 늦게 시작한 만큼 남보다 더 열심히 매달리자는 각오로 하루 16시간 이상 꼬박 책상에 앉아 책과 씨름했다. 안 하던 야간자율학습에도 꼬박 참여하고 주말에는 EBS 강의를 시청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기초 실력이 부족해서 중학교 과정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물론 쉽지 않았지만 노력한 만큼 성적이 오르는 것을 확인하자 의욕이 더 생겼지요. 주변 지인들이 모두 놀랄 정도로 성적이 수직상승했어요. 매일같이 놀면서 지냈을 때에는 깨닫지 못했던 보람을 느끼는 나날이었어요"

    연구분야 공부할 때 가장 행복해

    '발명 특기자' 전형으로 광운대 컴퓨터 소프트웨어학과에 입학했지만, 대학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고등학교 때의 놀던 흔적이 못 자국처럼 남아서 전공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웠던 것. 특히 수학 수업은 그에게 좌절감을 안겨줬다. 결국 휴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기본적인 소양만은 무시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어요. 나중에 저처럼 후회할 수도 있거든요. 물론 공부만 매달릴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따라가 주는 게 현명해요."

    그는 줄곧 도서관으로 등하교했다. 도서관에서 책과 동거동락하고 컴퓨터와 씨름하는 생활은 의외로 즐거웠다. 신세계를 발견한 것만 같았다. 그러자 점차 전공교재에 나온 이론을 이해하게 됐고 공부의 재미를 발견하게 됐다. 복학한 다음에는 줄곧 최상위권을 유지할 만큼 일취월장했다. 학점은 거의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았다. 창업동아리와 컴퓨터 프로그래밍 동아리에도 가입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4.4라는 경이적인 학점으로 졸업한 그는 취업 대신 대학원 진학이라는 길을 택했다. 늦게 핀 공부의 열정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전산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서는 2년간 대전을 떠나지 않을 만큼 공부에만 열중했다.

    "광운대에 입학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학우들이 모두 저보다 능력이 뛰어났어요.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지요. 덕분에 자만하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할 수 있었어요. 논문을 7~8개를 내고 모두 특허를 받을 만큼 상품성도 인정받았어요. 교내 공모전에 응시해 3차례나 수상했지요.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행복했어요."

    황씨는 올해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공부할 계획이다. 연구분야인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를 공부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는 "저는 되도록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고안해낸 아이디어를 현실에서는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 열심히 궁리해요. 결과적으로 크리에이티브하게 생각하려던 노력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앞으로 교수가 됐든, 회사원이 됐든 어느 직업에서건 기술 분야의 최전선에서 끊임없이 창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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