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공중급유기도 포기하나

입력 2010.02.17 23:32 | 수정 2010.02.18 02:06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지난 1월 초 일본 아이치현의 다카시 고마키 항공자위대 기지에 보잉 767 여객기처럼 생긴 비행기 한 대가 내려앉았다. 보잉 767-200ER 여객기를 공중 급유기(給油機)로 개조한 KC-767J 였다. 일본이 도입한 네번째 공중급유기다. 이를 통해 일본 항공자위대는 총 4대의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게 됐다. 공중급유기는 '날아다니는 주유소'다.

지난해 10월 1일 중국군은 건국 6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HY-6 공중급유기를 등장시켰다. HY-6는 구소련의 TU-16 폭격기를 중국이 국산화한 H-6 폭격기를 공중급유기로 개조(改造)한 것이다. 중국은 이와 별개로 지난 2005년 IL-78 공중급유기 28대를 러시아로부터 도입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강대국뿐 아니라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페루·말레이시아·알제리·베네수엘라, 그리고 우리보다 국토가 좁은 이스라엘·싱가포르·네덜란드 등도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공중급유기를 갖고 있는 나라는 30여개국에 달한다.

왜 중소국들까지 공중급유기를 확보하려 애쓰고 있을까. 공중급유기는 전투기의 비행거리, 체공(滯空) 시간을 비약적으로 늘려준다. 기름을 덜 싣고 이륙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폭탄을 더 장착할 수 있다. 공군의 타격력이 더 강하게 더 멀리 뻗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폭격기나 전투기들은 공중에서 대기하다가 급히 표적 위치를 통보받아 공습에 나서고 있는데 공중급유기가 없다면 불가능한 작전이다. 유사시 우리 공군도 해야 하는 작전이다. 유엔평화유지(PKO) 활동 등을 위해 멀리 떨어진 세계 각국에 병력이나 장비를 보낼 때에도 공중급유기는 유용하다.

공중급유기 보유 강국(强國)들에 '포위'돼 있는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공군은 18년 전인 1992년 공중급유기 도입사업을 처음 수립했다. 하지만 그동안 9차례나 도입계획이 지연(遲延)되면서 아직 착수조차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2013년에 도입키로 결정했으나 지난해 예산 부족을 이유로 1년 다시 연기됐다.

최근엔 이 '2014년 도입' 계획마저도 불투명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당국자들이 '유사시 미군이 공중급유기를 지원하게 돼 있는데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이에 의존하면 되지 않느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비싼 장비를 사지 않는다면 국방비 절감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무임승차(無賃乘車)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美) 정부나 군 관계자들 사이에 이와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재 공군은 공중급유기가 없어 공중급유 훈련을 못하기 때문에 유사시 수백대의 미 공군 공중급유기가 오더라도 공중급유를 받을 수 없다. 만일 독도에서 한·일간 분쟁이 벌어진다면 공중급유기를 보유한 일본 자위대와 그렇지 않은 한국 공군 사이엔 엄청난 전력(戰力)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미 전략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를 한미동맹 회복을 이유로 연기했는데, 공중급유기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과중한 국방비 부담에 눌려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제적으로만 보면 국방비는 '낭비'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국방력 확보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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