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라이프] 짧아서 더 슬펐던 아버지의 두 번 웃음_구효서

    입력 : 2010.02.12 13:47 | 수정 : 2010.02.14 10:00

    <이 기사는 웰빙라이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왜 그땐 미처 몰랐을까 '아버지의 자리'


    당신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입니까. 아버지는 언제나 그래야만 했습니다. 항상 뒤돌아선 곳, 안 보이는 곳에서 우셨습니다. 자식이 밤늦게 돌아올 때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했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보셨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뒤에야 보고 싶고, 그 분의 말씀은 불가능한 곳에서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납니다. 지난날 우리에게 아버지는 누구였고, 지금 우리에게 아버지는 누구인가요. 내 인생을 묵묵히 이끌고 지탱해 준 우리들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자리를 다시금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아버지는 평생 두 번 정도 웃으셨다. 그 짧은 웃음으로 인해 두고두고 아버지가 가슴에 남아있는지 모른다.

    명사 에세이 '아버지의 추억'


    소설가 구효서


    어딘가에 쓴 적이 있다. 아버지와 평생 나눈 대화를 원고지에 적는다면 다섯 장 이상은 아닐 거라고. 아버지는 웃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근엄한 것과는 달랐다. 삶 자체가 아버지에겐 견디는 거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는 가난에 찌들어 있었다. 그런 아버지도 평생에 두 번 정도는 웃었던 걸로 기억한다.

    첫 기억은 구봉서 배삼룡의 ‘웃으면 복이와요’를 보던 중이었다. 참고 있던 웃음을 당신도 모르게 놓쳐버렸던 것이다. , 하고 새어나온 웃음 때문에 아버지는 여간 당황하지 않았다. 식구들도 사색이 되었다. 0.5초도 지속되지 못한 아버지의 짧은 웃음 때문에 식구들은 황망히 천장을 보거나 서둘러 방바닥을 내려다보며 필사적으로 표정관리를 했다.
    두 번째도 텔레비전 때문이었다. 그 날은 넷째 매형 될 사람이 첫인사를 온 날, 함께 저녁을 먹었다.
    숨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수저 소리만 달그락거렸다. 텔레비전에서 저녁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직 폭력배 소탕 소식을 전하는 아나운서의 표정은 아버지만큼이나 무뚝뚝했다. 소탕되었다는 조직의 이름을 다분히 근엄한 목소리로 아나운서가 말했을 때 아버지의 두 번째 웃음이 터져 나왔다. 폭력 조직의 이름이 ‘콩나물파’였던 것이다.
    두 번의 웃음. 합쳐봤자 1초에 지나지 않는 슬픈 웃음이지만, 그래서 더 오래도록 간절하게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다. 그토록 짧은 웃음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버지의 고달픈 생을 오늘까지 두고두고 떠올리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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