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동물학대금지법 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의 한 동물병원이 '헌혈' 전문 개 4마리를 사육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 1월 26일 보도
수혈용 혈액을 공급하는 개를 공혈견(供血犬)이라 한다. 이 병원에서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셰퍼드, 아르헨티나견, 그레이하운드견을 공혈견으로 기른다. 몸무게는 33~50㎏ 정도다.
개에게 수혈이 필요한 경우는 사람과 비슷하다. 수술을 할 때 출혈이 심하거나 혈소판이 부족할 때, 질병에 대한 항체를 가진 혈액이 필요할 때다.
공혈견으로부터 채취한 혈액은 400mL 팩에 담겨 이 개들에게 제공된다. 개의 혈액형은 13가지나 되지만, 사람과 달리 혈액형끼리 거부반응이 적어서 수혈 사고 위험은 적다.
공혈견은 2살에서 7살 정도다. 몸무게는 30㎏ 이상이다. 마취 없이 주삿바늘을 찔러도 반항하지 않는 '착한' 개들이 주로 선택된다.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대표적인 예다.
래브라도는 온순한 성격도 성격이지만 덩치가 커서 혈액을 다량 채취할 수 있다. '실험실용 메스를 목에 찔러도 꼬리를 흔드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한 개 비글은 한손에 잡힐 정도로 덩치가 작아서 공혈견 운명을 피했다.
한국동물혈액은행의 김희영(35) 수의사는 "세계동물혈액은행 지침에 따르면 공혈의 기준은 몸무게 1㎏당 16mL 이하"라며 "6주가 지나야 다음 채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30㎏짜리 공혈견은 6주마다 최대 480mL를 뽑을 수 있다.
중국의 '헌혈 개 혹사사건'을 가혹행위라고 비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채혈시 몸무게와 영양 공급 여건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건강한 상태로 30㎏ 이상의 체중을 유지할 때 6주 단위로 2년간 최대 8000mL 이상을 뽑을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중국 동물병원에서 8000mL를 채혈한 '라라'는 현재 45㎏이다.
애완견시장이 큰 한국에도 공혈견이 있다. 동물혈액은행은 "혈액은행에 200마리, 개인 동물병원에 300마리 정도가 있다"고 했다.
김희영 수의사는 "보통 몸무게 1㎏당 10mL를 채취한다"며 "이 정도 양은 단시간에 체내에서 보충이 되므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공혈견들은 건강검진과 혈액검사를 받으며 건강을 유지한다.
김 수의사는 "동물 의료비가 비싼 미국은 동물 주인이 개의 혈액을 제공하면 건강 체크와 혈액검사를 무료로 해준다"며 "한국은 동물 의료비가 저렴해 혈액 기부가 드물다"고 했다.
한국은 애완견 견주들끼리 동호회를 만들어 자체 공혈견을 기르기도 한다. 고양이도 공혈묘(供血猫)가 있지만 드물다. 몸무게가 작고 성질이 온순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채혈이 쉽지 않다. 채혈 후 빈혈로 죽는 경우도 있다.
소·돼지·닭 등 산업 동물은 가격 대비 치료비가 비싸면 수혈 대신에 죽여버린다. 치료 후 어른 소로 키울 수 있는 송아지는 어미소로부터 피를 채취해 수혈한다. 파충류·양서류는 헌혈과 수혈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