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여고생 실종사건은 21세 여성의 자작극

    입력 : 2010.02.04 13:21 | 수정 : 2010.02.20 14:21

    경북 경주에서 지난 달 학교를 나간 뒤 한 달 가까이 행방이 묘연해 납치 여부로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여고생 ‘김은비양’ 실종사건은 21세 여성의 자작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주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김양은 지난 달 5일 자신이 살고있는 복지시설 ‘성애원’에 장학금 서류를 가져다주겠다며 학교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성애원의 실종신고를 받은 경주경찰서는 전담팀을 꾸리고 김양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경기 용인경찰서와 공조 수사를 벌여왔다.

    김양은 지난 2006년 3월 “형편이 어려우니 대신 맡아 키워달라”는 어머니의 편지를 들고 혼자 성애원을 찾아왔다. 호적도 없고, 학교도 다녀본 적 없다는 김양의 말에 성애원은 새로 호적을 만들어줬다. 그는 초·중 검정고시를 거쳐 경주여고에 입학했다. 4년 간 성실하게 지내왔던 김양이었기에, 경찰은 처음에 납치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단서도 잡히지 않았다.

    김양의 소재가 확인된 것은 실종 한 달여 만인 지난 2일이었다. 실종 뉴스를 본 김양의 외삼촌이 “김양은 경기도 수원의 어머니 집에 있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김양은 어머니와 함께 경찰에 나와 자초지종을 털어놨다.

    그러나 경찰을 찾아온 아이는 ‘김은비’가 아니었다. 실종 전단지에 실린 얼굴은 맞지만, 이름도 나이도 모두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1989년생인 이모(21)씨였다. 4년간 써왔던 김은비라는 이름과 1992년생 나이 모두 거짓이었다. 2006년 성애원에 들어갈 때 이름과 나이를 속인 채 ‘이중생활’을 해온 것이다. 어머니가 써줬다던 편지(“은비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릅니다. 이름이 은비일 뿐 성도 없습니다. 제가 19살 때 낳았습니다. 어떻게든 같이 살아보려 했지만 더 이상은 힘들어 염치 불구하고 맡깁니다. 부디 불쌍한 이 아이를 저 대신 키워주십시오")도 거짓이었다. 실종이 아니라 원래 부모를 찾아간 ‘가출’이었던 셈이다.

    2006년 이씨가 처음 가출해 성애원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실종신고가 돼 있었던 상태였다. 4년간 미궁에 빠졌던 이씨의 실종신고는 이씨가 경주에서 가출한지 이틀만에 해제됐지만, 경찰은 이씨가 아닌 ‘김은비’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낌새를 차리지 못했다.

    기존 주민등록이 있었던 이씨가 새 호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2006년 당시 미성년자여서 지문을 대조할 주민등록증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주시청 관계자는 “성애원의 취적(就籍·무적자의 호적을 새로 만드는 일) 허가신청이 들어와 법원의 신원조회를 거쳐 호적을 발급해줬다”며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미아의 경우에는 이번 사건처럼 이중호적이 발급되는 경우가 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인줄 알고 호적까지 만들어주며 정성껏 보살펴왔던 성애원 관계자들은 허탈해했다. 성애원 원순이(48) 원장은 “알려진 것이 사실이 맞다”며 “(김양의)부모님을 만나봤고, 김양은 현재 좋은 부모님과 잘 있다”고 말했다.

    김양은 경주여고 재학 시절, 친구들에게 "평소에 부모님과 연락을 자주 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김주희(18)양은 "은비는 엄마한테 온 문자라고 친구들에게 보여준 적도 있고 올해 사촌동생이 서울의 한 사립대에 진학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 "아빠가 서울 유명 사립대 병원 의사인데 의료사고가 나고 일이 꼬여 어쩔 수 없이 내가 이곳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작년 8월부터 최근까지 은비의 통화내역을 조사해봤지만 부모라고 여길 만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따라서 2006년 성애원에 들어왔을 때, 그는 이미 17세였다. 제대로 학교를 다녔다면 고 2의 학력을 가졌을 나이기 때문에 초·중 검정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고 지역 명문고인 경주여고에 입학도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 사건이 알려진 뒤, 경주여고 홈페이지에는 “이 학생 때문에 떨어진 우리 학생의 내신성적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항의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가 2006년 왜 거짓말을 했으며, 성애원에 오기 전에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이씨가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안정을 찾으면 구체적인 사건경위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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