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우린 '독도쿠키'로 백수 탈출해요"

    입력 : 2010.01.28 03:13

    전국백수연대 과자공장 창업
    직원 9명인 초미니 회사 하루 50㎏ 만들며 영업…
    월세는 6개월 밀렸지만 요양원 등에 '과자기부'도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건물 2층의 '전국백수연대 독도쿠키사업단'이란 간판이 걸린 문을 열고 들어서자 40평 정도(130㎡)의 공간에 과자 공장이 나타났다. 흰색 조리복을 입은 직원들은 밀가루 반죽을 개고 계란물을 칠하는가 하면 한쪽에선 오븐에서 꺼낸 쿠키 위에 문양을 새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실업자 모임인 전국백수연대가 작년 7월 '백수 탈출'을 목표로 문을 연 과자 공장이다. 영업부·경영지원부·생산부 전 직원을 합쳐 9명뿐인 초미니 회사지만 하루 50㎏의 쿠키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이사·영업팀장·말단사원 할 것 없이 모두 백수 출신들이다. 1993년 대학을 졸업한 주덕한(41) 대표가 직장 몇 곳을 전전하다 그만둔 뒤 조직한 전국백수연대는 온라인 회원만 1만5000여명이 넘는다. 독도쿠키사업단은 주 대표와 백수 회원들이 "취업이 안 되면 아예 창업을 하자"며 세운 회사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전국백수연대 독도쿠키사업단 과자 공장에서 직원들이 그동안 개발한 독도쿠키를 선보이고 있다./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제과 공장을 택한 데는 '빵집 사장'을 했던 김연우 사업단장의 힘이 컸다. 서울 수유리에서 10년간 빵집을 하다 부근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생기면서 백수가 된 그는 "내가 기술을 댈 테니 창업을 해보자"고 했다. 독도로 쿠키를 만든다는 사업 계획도 그럴싸했다. 일본에서 '다케시마 과자'를 만들어 관광객에게 팔 때였다. 모두가 의기투합했지만 정작 자본이 없었다.

    사업 공모전에 참가해 자본금을 마련하려 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지난해 6월에야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게 됐다. 1인당 83만7000원씩 정부에서 인건비를 지원받는 대신 전체 이익금의 3분의 2를 사회로 환원하는 조건이었다. 직원 70%는 취업 취약계층 고령자나 장애인들로 채워야 했다. 그마저도 하려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김연우 단장은 "첫 3개월 동안은 기술이 없고 직원들이 장애인이나 고령자여서 과자를 만드는 족족 버려 수백만원 재료비가 그대로 적자가 됐다"고 했다.

    전국백수연대 독도쿠키사업단(대표 주덕한)이 독도를 본떠 만든 과자./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작년 11월이 돼서야 제대로 된 쿠키를 처음 만들어 팔았다. 독도의 동도와 서도를 본뜬 과자에 '독도 코리아(DOKDO KOREA)'라고 문양도 새겼다. 공기업을 돌아다니며 "좋은 뜻으로 하는 사업이다. 맛이나 봐달라"며 홍보했다. 겨우 몇개 기업에서 한달에 300만원어치씩 대량 구매를 해주고 대형 매장에도 납품할 수 있었다. 작년 11·12월 두 달 동안 1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그동안 빚진 재료비와 공장 운영비로 한달에 100만원 하는 월세는 아직도 6개월째 밀린 상태다.

    그래도 독도쿠키사업단은 작년 9월 울릉도 주민들을 찾아가 무료 시식회를 열고 독도 경비대에게 50만원어치 독도 과자를 전달했다. 요양원과 복지재단을 돌며 독도쿠키를 맛보라고 돌리고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료 쿠키 체험 교실도 열어왔다. 직원들 목표는 한결같다. "돈 많이 벌어서 백수 탈출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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