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돌풍 '위대한 침묵' 필립 그뢰닝 감독

    입력 : 2010.01.28 03:16

    "시간을 영상에 담아… 대사는 중요치 않았죠"
    佛 수도원 사계절 담은 다큐, 개봉 9주만에 6만 관객 넘어…
    "수도사들 진실 구하는 것과 시간을 영화화하는 건 비슷"

    프랑스 샤르트뢰즈 수도원의 사계절을 담은 다큐멘터리 '위대한 침묵(원제 Into Great Silence)'이 영화만큼이나 고요하게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2시간42분간 수도원의 자연과 수도사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작년 12월 3일 개봉해 9주째 상영 중이다. 단관개봉했으나 현재 전국 9개 스크린으로 늘었다. 26일 현재 관객 수는 6만7000명. 스크린 수가 적고 자극적 연출이 없는 영화이기에 의미가 크다. 이 영화를 연출한 독일의 필립 그뢰닝(51) 감독의 베를린 자택에 최근 전화를 걸어 인터뷰했다.

    ‘위대한 침묵’을 연출한 필립 그뢰닝 감독은“아시아 최초로 내 영화가 개봉된 한국에서 점점 상영관 수가 늘고 있다니 정말 놀랍고 기쁘다”고 말했다. / 영화사 진진 제공

    ―'위대한 침묵'이 한국서 7만명 가까이 모았고 극장 수도 늘고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어떻게 이제껏 아무도 저한테 그런 말을 안해줬죠? 한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놀랍고 기쁩니다. 제 영화는 독일에서도 7개 스크린으로 시작했어요. 나중에 60여개로 늘어났죠. 사람들이 입소문을 많이 내줬습니다."

    ―지금까지 몇 개국에서 개봉했습니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25개국쯤 될 겁니다. 하여튼 홍콩영화제에서 공개한 적은 있지만 아시아에서 개봉은 한국이 처음입니다."

    ―1984년에 처음 이 영화를 기획했다면서요. '침묵'과 '수도원'에 관심 갖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땐 제가 젊은 감독이었죠. 시간의 구조(structure of time)를 찍고 싶었어요. 시간을 영상에 담고 싶었다고 할까요. 시간을 예술로 창조할 수 있는 것은 영화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적합한 곳으로 샤르트뢰즈 수도원을 택했습니다. 시간을 영화로 찍는 것과 수도사들이 진실을 구하는 것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촬영 제안 15년 후인 99년에서야 허락을 받았는데, 그 순간을 기억합니까.

    "물론이죠. 그때 제 영화 '라무르, 라르장, 라무르(L'Amour, l'argent, l'amour·사랑, 돈, 사랑)'의 후반작업을 하느라 매일 밤새우고 아침에 자던 시절인데, 오전 7시쯤 전화가 왔습니다. 누군가 프랑스어로 말하기에 칸영화제에 출품해달라는 전화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기 수도원인데 당신 아직도 영화에 관심 있느냐'고 묻더군요. 깜짝 놀랐지요. 그 사람은 매일 그 시간쯤 7~8일째 전화했다고 하더군요. 하마터면 전화를 놓칠 뻔한 거죠. 정말 행운이었어요."

    ―1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관심이 있었군요.

    "그 전화를 받고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너무 오래전에 계획했던 일이니까요.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제가 수도원 촬영에 여전히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영화 시작 후 30분쯤 지나야 첫 대화가 나오도록 연출한 의도는.

    "관객들이 천천히 수도원의 세계로 들어가길 원했습니다. 보통 영화에서 30분간 대사가 없으면 관객들은 모두 나가겠죠(웃음). 그러나 제 영화는 '아, 대사는 중요하지 않은 영화이구나' 하고 느낄 것입니다. 제 영화에서 대화는 거의 필요 없었습니다."

    ―수도사들의 묵상 장면 중간에 수도원 상공을 나는 비행기를 삽입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하하. 그 수도원은 무척 높은 산 속에 있어요. 저는 이런 침묵의 세계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란 것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란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국에서는 가톨릭·기독교 신자들의 단체 관람이 많은 듯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종교영화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종교영화가 아닙니다. 시간에 대한 철학영화이지요. 시간의 속성과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인간 삶의 여러 가능성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묵상적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의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영화감독이 됐나요.

    "전공 공부는 2년 반밖에 안하고 그만뒀습니다. 열네 살쯤에 천문학에 흥미를 갖고 천체망원경을 보게 됐는데, 자연스레 사진과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결국 어릴 적 관심사로 돌아온 것이죠."

    ―다음 작품은 어떤 것입니까.

    "엄마와 아이에 관한 것입니다. 엄마의 보살핌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것이죠. 2월 중에 촬영을 시작합니다. 한국서도 개봉될지는 모르겠네요. 아, 그리고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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