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게 웬 에로 비디오야?"
지난 14일 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주부 심영순(45·가명)씨는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 보고 있는 PMP(휴대용 동영상 플레이어) 속 영상을 흘깃 쳐다보고는 깜짝 놀라 휙 낚아챘다.
아들은 "인기 그룹의 뮤직비디오라 친구들도 본다"며 항변했지만 심씨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클럽에서 만난 이 남녀는 당구대·자동차·빈 방 등에서 몸을 더듬으며 관계를 맺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마지막에는 침대 위에서 전라(全裸) 상태로 포개졌다. 이런 장면은 1분 이상 이어졌고, 나머지는 여성들이 골반을 심하게 흔들며 춤을 추는 모습으로 채워졌다. 그룹 티아라(Tiara)의 '보핍 보핍(Bo Peep Bo Peep)'이라는 노래였다. 심씨는 "TV 드라마에서 진하게 키스하는 장면만 나와도 아이들한테 방에 들어가라고 했는데 이런 뮤직비디오를 일상적으로 보고 있었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가요계에 상식을 넘어서는 선정성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핵심 요인은 2년여 전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는 소녀 그룹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작자들은 성적 이미지로 가득한 선정적 뮤직비디오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노출 수위가 높은 선정적 뮤직비디오는 지상파 TV로는 방영되지 않지만 청소년들은 케이블 TV나 휴대전화, mp4 플레이어, PMP 등을 통해 수시로 시청하고 있다. "우리 애는 TV(지상파)로 그런 것 안 본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허'를 찌르는 것이다.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는 "인터넷에서 다운받는 음란물은 죄의식을 갖게 하지만, 선정적 뮤직비디오는 무의식적이고 일상적인 환경으로 소비되고 있어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